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냥 Apr 17. 2023

스즈메의 문단속과 딴지

나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에 납득을 할 수가 없다.

※ 영화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한 달 전에 보려고 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지난 토요일에야 보게 되었다. 진작에 보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지며 관람이 늦어지게 되었다.


그날은 문득 콜라가 마시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영화관으로 향하였다.


영화는 인트로부터 강렬했다. 극장에 오기 전 유튜브를 통해 OST를 이미 여러 차례 감상하긴 했지만 이런 오프닝으로 심장을 때리면 대체 어쩌라는 건가. '그래, 이런 맛으로 극장에 오는 거지.'


재난을 상징하는 메인빌런 미미즈가 첫 등장할 때에는 좌석이 흔들려서 순간 4D영화관에 온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늦게 입장한 커플이 옆자리에 앉으면서 좌석이 들썩 거린 거였다. 원래 좌석이 4D상영관이었던 모양인지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좌석 전체가 흔들렸다. 그런 탓에 영화 내내 긴장되는 순간마다 옆에 앉은 커플과 떨림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건 보너스 포인트다.


여주 스즈메와 의자로 변한 소타가 고양이 다이진을 쫓아서 여객선을 탈 때 승무원들의 아무런 제지가 없었던 부분은 신기하게도 상영관으로 들어오는 동안 영화관 직원의 제지 없이 들어왔던 것과 뭔가 억지스럽긴 하지만 데자뷔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몰입이 쉬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풍성한 작화로 눈이 호강을 하게 한다. 게다가 이번 작품의 OST는 귀를 즐겁게까지 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스즈메'의 시작 부분인 '루루루'를 흥얼거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뒷자리에서 팝콘을 먹는 부스럭거림도 옆자리 커플의 들썩거림도 건너 앉은 아주머니의 구시렁거림도 앞자리 아이의 들락거림도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집중력은 입시를 앞둔 고3 때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의 엔딩 음악이 나오는 순간까지도 자리를 뜰 수가 없을 만큼 매력 만점인 영화에 누가 그리도 딴지를 걸었을까?


여주 스즈메가 왜 그토록 남주 소타를 구하려고 하는지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스즈메는 현실의 소타를 보기 전 꿈속에서 먼저 본다. 그런 설정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브라질'에도 있다. '블레이드러너', '스페이스오디세이'급에 해당되는 영화인데, 거기서도 꿈속에서 본 여주를 현실에서 처음 보자마자 남주는 목숨을 다해 여주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이런 설정이 어디 하나뿐이었을까. 영화 '나잇 앤 데이'에서 톰 크루즈가 카메론 디아즈는 왜 그리 목숨 걸고 구했을까?


오히려 스즈메는 요석을 뽑은 탓에 다이진을 풀어놓은 장본인이라서 온 힘을 다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회피하는 민폐형 주인공으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영화를 제대로 본 사람들은 안다. 스즈메가 구하려고 했던 것은 소타보다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의 그날의 목소리를 상기하며 또다시 그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런 공감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걸 이해 못 하고 단지 소타와의 러브스토리로 세계관을 좁혀버리는 건 스스로 울타리에 갇히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에 납득을 할 수가 없다. 당신이 본 것은 단지 로맨스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극장을 나서니 영화의 깊은 여운이 온몸을 감싼다. 감성의 바다에 빠져 나 홀로 허우적 댄다. 영화관 근처에서 뭔가 웅장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을 보거들랑 살짝 미소를 던져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사람은 영화에 심취해 잠시 미쳐 있는 것이니 이 정도의 미침은 나름 봐줄 만도 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출근의 또 다른 목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