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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Apr 22. 2023

과자와 드라마

같은 것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튀김건빵과 소보로 과자. 


마트에 들러 과자를 2개 들었다. 그냥 빠삭한 게 먹고 싶었고 그 수많은 종류의 과자 중에서 무심코 눈길이 가서 집어 들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삭아삭 씹을 목적으로는 최적의 과자라고 생각하였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라서 보는데 뭔가 매력이 부족했다. 장혁의 믿고 보는 액션이라든지 장나라, 채정안의 보기만 해도 안구 정화가 되는 미모라든지 아역 배우의 귀여움이라든지 감초 배우들의 개그라든지 뭐 하나 모자란 건 없었다. 그런데 왜 매력이 부족할까. 피디 연출력의 문제인 걸까. 드라마는 대개 1, 2회에서 시청자를 잡아 끌어당겨야 하는데 대체로 그것이 실패하면 그 뒤는 보나 마나다. 그나마 장나라를 보면서 안구정화라도 시켜야 하나.


드라마가 그래서 그랬나? 골랐던 과자도 별로였다. 원래 원했던 대로 바삭한 식감은 더없이 좋았는데 내가 원하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입이 심심해서 집어 들었던 과자였지 원하는 건 어쩌면 달고 짠 쥐포나 아구포를 더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거라면 후회가 덜 했을까?


쌓였던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이불을 둘러쓰고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원래 잘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잠이 들었고 불을 끌 틈도 없었다. 불이 켜진 상태에서 깊게 자지 못하다 보니 새벽이 되어 잠이 깨버렸다.


'또 불 켜고 잤네. 지긋지긋한 반복. 습관인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보다만 드라마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손은 책상 위에 놓인 뜯어진 과자봉지로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원래 그곳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번엔 아까보다 더 본능적으로 과자를 씹어 먹었다. 식감이나 맛을 따지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손이 갔고 먹다 보니 그 많던 과자가 바닥을 드러냈다. 자다 깬 탓에 생각이 많이 사라져서일까? 매력이 끌리지 않았던 드라마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던 과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같은 것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이래서 새벽형 인간들이 공부를 잘하는가 보다. 그들이 부러운 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라면 단연코 잠을 선택하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을 어찌 이길 수 있을까. 다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잉여인간으로서의 습관 때문이거나 혹은 자학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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