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는가
어느 한 건물에서 식사를 마치고 난 후
2층에 있는 커피점에서 커피를 뽑은 후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면 1층 계단 출구 정면으로 별다방이 바로 내다보인다.
별다방의 창너머로는
일련의 스타일리쉬한 여자분들이
홀로 커피를 빨아대며
폰을 만지작 거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므흣.
그런데 다 좋은데 하필이면 그녀들의 무릎높이에는
큼지막한 칸막이가 되어있어
짧은 치마라도 입었으면 민망하고 아찔한 장면을 방지해준다.
그러나 나같이 상상력이 풍부한 녀석들은
가려져 있으면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식사 후 내려와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그 짧은 몇 초의 장면이
내게는 너무도 호강이며 짧디짧은 행복한 순간들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소화도 시킬겸
사무실로 가는 짧은 코스를 피해
벚꽃이 찬란하게 펼쳐진 거리를 걸으며 행복을 이어가곤 한다.
이직한지 4개월째,
굉장히 보수적인 오너와
굉장히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업무와 업무 프로세스로 인해
이직을 심하게 고려했었던 때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것을 고려 안한다고는 못하겠다.
그럼에도 자그마한 행복들을 주변에서 찾아간다는 건
이미 적응을 해내가고 있다는 작디 작은 증거가 아닐까 싶다.
큰 고비는 넘겼으니 이제 작은 고비들만 잘 넘기면 될 법도 한데
이 작은 고비들이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내 세상이라는 건 장점이기도 하다.
주말이란 시간이 없다면 어쩔뻔 했어.
감미로운 시간중의 1/4가 이미 지났지만 아직도 3/4나 남았다.
좀 더 발뻗고
좀 더 드러눕고
좀 더 헤벌레하게
주말을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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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벚꽃길을 같이 걷던 직원 한명이 떨어지는 벚꽃잎을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 왈,
"그런 걸 했을 땐 얼른 소원 빌어야 해요."
그러자 낚아챘던 직원 말하길,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그때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주어가 빠졌잖아."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냅다 낚아챘다.
"내가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그렇게 소원의 소원은
재주는 곰이 피고, 박수는 조련사만 받았으며, 돈은 관객이 낚아 채가는
물고 물리는 처절한 순간을 거쳐 엉뚱한 이에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