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치고 들어오지 마
혼자 밥먹은 걸 즐긴다.
그런데 늘 혼자 밥먹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어제는 그런 기회가 생겨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 했는데 구내식당에 가보니 대표님이 보였다.
아뿔싸.
피하려고 급하게 몸을 틀었는데 유리문인 줄 알았던 공간이 통유리였다.
쾅.....
별하나 별둘 별셋, 그리고 마지막 별이 폭발했다.
창피함을 뒤로하고 본능적 발걸음이 재촉했다.
빠져나오니 뺨이 살짝 부어있었고 눈이 시렸다. 안경에 짖눌려서.
계속 눈이 시큰거려 혹시 몰라 안과에 갔더니 별일 없더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녹내장으로 보인단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거 같다며.
작년에도 두세번씩이나 병원에 갔었고 동일한 진료를 받으면서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갑자기 녹내장이라니. 갑자기 생각이 없어지고 헛웃음만 나왔다.
고민을 하고 고민을 하다 아내에게 전화했더니 아내는 "거봐. 그러니까 평소에 컴퓨터랑 폰좀 그민 하라 그랬지?"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걱정보다는 질책.
걱정하니까 질책을 하는 건데, 그래도 내가 바랬던 건 질책이 아닌 걱정인데.
의사에게 묻고 또 물었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아직 녹내장에 대한 의료계의 정복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 뭘 해서 이런 질병이 발병하는지에 대해서는 파악되어 있지 않았다. 컴퓨터를 해서 폰을 많이 봐서 눈을 혹사시켜서 그런 것과는 아직 관련성이 없는데.....
결국 아내와 나눈 이야기는 걱정이 아닌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안압을 높이면 안된다고 흥분하지 말랬는데.
거꾸로 간다.
벌써 이럴 나이가 되었냐며 친구와 수다를 떨고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뭐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거나 수년후에 그렇게 된다는 것도 아니고.... 시신경이 좀 손상당했으니 이제 안약을 매일 넣으면 괜찮아진다는.....
호전되는 건 아니고 현상유지라나.
무좀 같은 건가? 무좀이 그렇잖아.
어쨌거나 의사는 자세한 건 일단 대학병원으로 가봐야 안단다.
예약은 엄청 밀려있어 2주뒤에나 가능하다는데. 뭐냐? 이러니 마음만 급해진다.
뭐 그래도 술 못 마실 이유가 생겼으니 그놈의 맛도 없는 술권유를 뿌리칠 꺼리가 생겨 부렸네. 이제 안주빨만 내세워도 욕은 덜 먹겠네 그려. ㅍ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