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요일 출근길

어느 소소한 인간의 어느 소소한 월요일의 출근길

by 생각하는냥

밀리는 버스 안

이른 아침부터 어딘가를 가시려고 승차를 하신 할아버지가 대놓고 자리 요구를 하신다. 하필이면 다리가 불편한 아이에게 요청하다 거절을 당하자 또 다른 자리로 가서는 요구를 하셨고 임산부석에 앉은 아직은 젊은 처자가 군소리 없이 일어섰다. 과히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누구 잘못은 아니다. 상황이 아름답지 아니할 뿐.


밀리는 지하철

분명히 6~7명 내리고 단지 2명 타는 것뿐인데 더 미어터진다. 그들이 남자여서가 아니다. 그들이 뚱뚱해서도 아니다. 단지 입구로 모여든 사람들이 뒷걸음질을 안 해줄 뿐이다. 게다가 공간도 없는 상황에 다들 휴대폰을 꺼내 들고 폰질이다. 공간이 없어 삐집고 타려는 사람에게 휴대폰을 하겠다며 손으로 대놓고 허리를 미는 어이없는 처자에게는 참 당황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밉상이란 글자가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긴 했지만 진짜 심보까지 밉상일 줄이야.


지하철 갈아타는 순간

갑자기 뛰어오던 아주머니 한분이 내 앞으로 서더니 느긋하게 걸으신다. 달리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눈빛이 아주머니 뒤통수를 내리 쫀다. 왜 잘 가던 내 앞길로.


버스 승차하고 빈자리로 돌격

제일 뒷자리에 앉았는데 양쪽으로 남자와 처자가 앉았다. 남자 옆에 앉거나 여자 옆에 앉거나 선택을 해야 했다. 중앙에 앉으면 어떤 꼴이 날지 잘 알고 있어서. 그래도 설마 했다. 역시나 지금 내 양 옆자리엔 등치 큰 남자 둘이 앉아서 어깨를 짓누른다.

오늘도 역시나 그런 날인가 보다.


언제는 안 그랬나.


역시나 오늘이다. 늘 그랬듯이.


그리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출근 준비를 했을 뿐이다. 별달리 한 거라고 한다면 손톱을 깎았던 거 하나만 추가됐을 뿐이었다. 그리고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수가 따땃해서 조금 몸을 데웠을 뿐이었다. 크게 한 건 없었다. 그런데 씻고 나오니 평소보다 30분이나 늦었다.


시간을 좀먹는 벌레가 들러붙은 게 분명하다. 30분이란 시간을 갉아먹고 튀어버렸다. 이놈을 어디 가서 잡지? 지각 사유로 이 벌레 놈을 고자질해야 하는데 누가 이 놈 발견하면 연락 좀 해주세요. 사살도 허락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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