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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Oct 29. 2020

두 개의 숨


벽에 귀를 대고

옆 방의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

젓가락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인지 전화 소리인지

어느 누군가의 말소리

눈을 감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그렸다

소리에 닿고 싶었다

혼자였던 날이다


도시는 꾸준한 소음의 공장이지만

어떤 날은 나 혼자 세상에 남은 듯

고요하다

외로움은 온기를 찾지 못해 소리를 찾았다

적막은 목을 옭아맸고

아직은 살고자 했다


방이 한 칸에서 두 칸으로 늘었다

하나의 숨에 하나의 숨이 더해졌고

작은 숨 하나가 또 더해졌다


그때의 새벽과 지금의 새벽은 같고 다르다

똑같이 적막하고 다르게 고요하다

두 살 어린 동생은 왜 오늘 우울하냐 자주 묻고

눈도 뱃살도 둥근 고양이는 곁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털을 핥는다


두 개의 숨은 각자의 방 안에서 같은 잠을 잔다

뒤척이는 소리도 숨 쉬는 소리도 사라지는 새벽

서로의 거리에서 우리는 잠잠한 꿈을 꾼다

온기를 느낀다

아직도 살고자 한다


때론

두 개의 숨이 나를 살린다

때때론

두 개의 숨이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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