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은 네가 죽고 싶던 겨울이었다. 네가 벽으로 파고들던 겨울이었다. 눈이 내렸지만 창 밖을 바라보지 않는 겨울이었다. 어느 겨울은 밖을 나갈 수 없는 겨울이었다. 너는 노란 꼬마전구를 벽에 붙였다. 빨간색 초록색 트리 모양 장식을 창문에 걸었다. 어느 겨울은 크리스마스가 사라진 겨울이었다. 말을 잃어버린 겨울이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게 겨울은 길어지고 있었다. 점점 눈보라가 거세졌다. 눈을 볼 수 없고, 뺨을 비빌 수 없고, 두 팔로 너를 가까이할 수 없는 겨울이었다. 사이에는 칼바람이 시렸다. 너는 사라졌다. 네가 사랑하던 장소들은 건물만 남긴 채 도시를 떠났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했던 약속들은 파기되었다. 너는 운동을 약이라 말했다. 땅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발을 의탁한 채 너는 몸을 움직였다. 너는 밖을 좋아했지만 안을 좋아한다 착각했다. 너는 밖에 나가면 안을 그리워했고, 안에서는 한없는 우울 속, 헤엄을 쳤다. 너는 밖으로 나갔어야 했다. 너는 아늑하고 따뜻한 감옥이라 말했다. 사치스러운 케이크로 너는 위로를 갈구했다. 너는 남을 다독일 위로도 너를 다독일 위로도 찾지 못했다. 어느 겨울은 네가 죽고 싶던 겨울이었다. 다만 혼자 죽고 싶던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