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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Aug 24. 2020

긴 긴 겨울의 시작

긴 긴 겨울이 시작 되려나

혈육에겐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생각만으로
거리에서 눈물 짓게 하고
전 애인이 남기고 간 말의 잔해들은
증오스럽고 히히덕 거리는 사진들 보는 내가 한심스럽고
친한 친구는 동성애가 무섭다 말하며
병원은 가라 재촉할 사람 하나 없다

악몽은 습관이 되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불면증과 손잡고 오니
새벽을 설치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누군가 목 뿌리를 손끝으로 지그시 누르고
등 뒤에서 심장을 내려치니
참으로 아득한 버스 안 시간이었다

몸에 해로운 것들을 잔뜩 섭취하고
네 아빠처럼 폭식한다며
딸은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사람의 입술에
재를 먹인 다음

헛소리하는 정신과 의사들
심리 뭐라 뭐라 하는 작자들
당신은 이래이래 해서 이래이래 할 겁니다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죠
당신은 글렀네요
불운한 미래에
진단서를 안겨주는 그들 앞에서
그래서 어쩌라고요
약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잘도 들어가는 데

바깥에 숨이 붙은 것들 모두 죽은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죽어 버린 것인지
소리마저 사라진 지금

증조
어떤 증조

긴 긴 겨울이 시작될 어떤 증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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