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장

by 도랑 그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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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장을 보며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곳엔 그리스인 조르바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막심 고리끼

또는 조정래의 책들이 꽂혀있다.


그 책들은 오래된 냄새가 나고 종이가 누렇고 가격은 요즘 커피값이다.

더 오래된 것들은 읍니다 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는다.


이 책들이 이렇게 낡아지고 한물간 판본이 되기까지

우리 엄마가 얼마나 늙었는지 생각해 본다.

반대로 얼마나 많은 과거의 젊은이들이 이 유명한 문장들을 사랑해왔는지도 생각해본다.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사랑하게 되면, 그는 그 책과 함께 늙어간다.


나도 함께 하고 싶은 책이 있다.

커피 튄 자국이나 압사한 벌레의 흔적이 계속 남듯이,

이 순간의 감상도 조금은 오래갔으면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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