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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

by 도랑 그림에세이

저는 일 년에 최소 한 번은 혼자 여행을 갑니다. 해외로 혼자 간 건 두 번이고, 국내는 충동적으로 연차 내고 그냥 가기도 합니다. 여행이라고 해서 꼭 길게 가는 법은 없고,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가기도 합니다.


혼자 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즉흥적으로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맞추지 않아도 된다 등의 장점도 있지만 가장 매력적인 건 낯선 곳에 던져진다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친근한 사람들과 밥 먹고 이야기합니다. 이 안정적인 생활은 소소한 행복이지만, 때로는 낯설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을 수 있겠지요. 마치 집을 떠나와야 집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제가 처음 혼자 여행을 한 게 아마 인스타툰에도 섬 여행기로 올렸던 그때일 거예요. 한창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시기였는데 사람들 속에서 되게 재밌게 보내고 나와서는, 반대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혼자 멀리 떠나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한 장을 찾아서 섬으로 향하게 된 것이고, 그 이후로도 쓰레기통을 비우듯 한 번씩 일상을 잠깐 벗어나곤 합니다.


아마 제가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덧붙이면 공감이 가실 것 같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책 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이 글을 낭독하시는 것을 듣고,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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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하여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인다거나, 내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 왔다.

-케르겔렌 군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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