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를 버리고
하늘이 내리신 가수란다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른다는데
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하니
은퇴하기 전에 반드시 들으라고
그래서 할미꽃들이 모였다
의심 많은 나 할배 나비도
혹시나 날개에 힘을 실을 수
있을까 하여 꽃밭에 끼어 앉아
명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환호하는 할미꽃들 거의
기절하는 꽃들도 있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할배 나비
명가수가 저 정도밖에?
내가 더 잘 부를 수 있는데
나비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할미꽃들의 귀에 들리지 않고
명색뿐인 가수만 찾으니
나비 날개에 힘이 실리고
역시 이곳도 내 곳이 아니구나
절이 싫어진 소림사 중이 되어
아쉽지만 꽃밭에서 털고
일어나 팔 다리 목 잡아 끄는
덩굴손들을 뿌리치고 대웅전의
門을 이단 옆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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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태권도 3단인데, 초단은 도장에서 대충 받았고, 2단 승단 심사에서 지정 품세가 아닌, 다른 품세를 멋있게 하고, 대련에서 얼굴을 처 맞는 등 드라마를 연출했는데도 합격을 해서 공인 2단이 되었다. 이는 동네 유지인 아버지와의 친분으로 사범님이 심사위원들에게 로비해서 자격도 안 되는 것을 받았다고 의심은 하는데, 증거는 없으니 그냥 음모론으로 남기련다. 대학교 태권도 부에 들어간 후부터 시인은 3단이 되었다, 그런데, 제대로 심사 과정을 거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아마도 자신에게 스스로 3단을 준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시인은 그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껍데기, 포장, 타이틀에만 열광하는 사람들이 싫어 뛰쳐나온다. 실력은 의심이 되지만, 그래도 태권도를 하긴 했기에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고, 이단 옆차기로 문을 부수고 나온다. 그러나 나와보니 온 세상도 껍데기들이 돌아다니고, 포장지만 예쁜 선물 박스가 날아다니고, 타이틀만 그럴 듯한 인간들이 활개를 치고 그 장단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군중 만 있으니, 시인은 갈 데가 없어, 이 지구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시인이 떠나려는 이유는 껍데기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역겨워서 가 아니라, 이렇게 살 수밖에 없이 만들어진 사람들과 공감하지만, 시인이라는 시시한 타이틀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 줄 것이 없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