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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y 21. 2016

28살, 여자, 취준생, 그리고 갑상선 안병증

내가 갑상선 항진이라는걸 알게 된건 제작년 11월 이었다.

항진 뭐 별가 아니지, 근데 문제는 갑상선 항진 환자의 20%정도가 겪는다는 안병증이 온 것이 문제였다.


처음 병원에 가게 된 계기는 눈 때문이었다.  눈이 외관상으로 보기에도 심각할 정도로 부어 오르기 시작헀다. 동네 안과를 꾸준히 다녔지만, 결막염이다. 단순 부종이다 뭐 이런 말만 했었다. 몇 달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아서 강남의 안과를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 눈이 , 돌출된것 같은데..? “

하시면서 나에게 연달아 질문을 하셨다.


“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죠? 살도 자꾸 빠지고, 근데 배는 자꾸 고프죠? “

“네”

“아마 잠도 잘 못잘거고 , 손도 막 떨리고 그러지 않아요? 화장실도 자주가고 ?”

“네, 어떻게 아셨어요?”


나는 의사쌤이 독심술 하시는 줄 알았다.

그 즈음의 나는  햄버거 세트를 2개씩 먹고, 엽떡 한통을 혼자 다먹 + 과자 2봉지 & 우유 1리터  + 귤 1봉다리를 앉은자리에서 다 해치우고도 금새 배가 고플 정도로 왕성하게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원래 몸무게에서 가 5~6키로가 줄었었다. 잘 때 두근거리는 소리가 너무 신경쓰여서 심박수를 재 봤더니 1분에 125가 나왔다.


당시 나는 새벽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 오전 알바 6시간 동안 정말 6~7번씩 화장실을 왔다갔다 했다. 손떨림이 너무 심해서 음료제조할 때 두손으로 잡아야 하는 수준이 되자, 내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됬다.


“갑상선 항진인 것 같네요”


 내과 가서 피검사를 해보라는 소견을 듣고, 바로 동내 내과에 갔더니 수치가 심히 높다고 갑상선 항진 판정을 받았다.  

안과와 내과의 결과를 보고 그제서야 내 병이 갑상선 안병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안과로 유명한 병원에 갔다. 거기서 갑상선 안병증으로 인한 안구돌출이라는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다시 예전모습으로 돌아가기 힘들며, 약을 먹어도 눈 돌출에 있어서는 차도를 약속할 수 없다고 헀고, 보통 수술을 위해서 대학병원으로 가서 진료받으신다고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대학병원을 다닌지 1년 반. 안병증이 진행되면 항진증 치료와는 별개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항진증은 꾸준히 약을 먹어서 수치를 잘 잡아가고 있고,

안병증은 지난 시간동안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먹기도하고(문페이스 경험해 보신분? 정말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어오릅디다ㅋ), 근육 주사를 맞기도 하고 현재는 스테로이드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큰 차도는 없다.


당연히 지금 내 외모는 예전의 내 모습과 많이 다르다.

별로 이쁜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얼굴을 되게 좋아했었는데  외모를 잃는다는게 이런 상실감이구나. 하는것을 느꼈다. 항상 놀란 눈, 부어있는 얼굴을 인정하기 싫었고, 지금도 가끔 심하게 마음이 상할때가 있다. 과거 사진을 볼수록 속이 상해서 휴대전화에는 예전 사진이 거의 없고, 지금 얼굴을 직시하는 것도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서 셀카도 , 누군가와 사진을 찍는것도  마음이 어렵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눈이 되게 크시네요 호호호  “ 부터 시작해서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의

“ 얼굴이 왜 그래 ? 어디 아프냐, 얼굴이 많이 변했다 “ 까지.


모두 걱정어린 마음으로 해준 말인건 알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아팠다.

아프기 전에 나를 알던 오랜 지인들을 만나고 싶지만, 내 외모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해야하는게 솔직한 말로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인지라. 스스로가 자꾸 사람들을 만나는것도 많이 피하게 되는것이 사실이다. (… 이게 대인기피증인가!)


오히려 내 얼굴을 보고 아무말 안해주는 사람들이 더 고마울 정도.

스스로가 매우 대견한 지점은. 지난 2년간 내가 마주한 상황들이 나에겐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고, 내 마음에 수스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각들이 틈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내 스스로를 잘 돌보고 지켜서 지금까지 버텨냈다는 것이다.


아마도 외모, 건강상태, 이로 인한 여러 스트레스 때문에 이래저래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을 텐데, 나를 받아주고 참아주고 가끔은 위로도 해주며 이해해준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브런치는 내가 2년 전 가을부터 느낀 좌절감, 소외감, 그리고 내가 얼마나 '외모' 특히 얼굴에 내 스스로를 얽어매고 있었는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써볼 예정이다.


나와 같은 질병, 혹은 심리상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를 통해 같은 상황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깨달아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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