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Feb 13. 2017

나를 더 사랑하게 하는 연애

지금의 연애가 시작할 때, 나는 오랜 연애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애 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직장생활에서도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졌던 시즌이었기에 내 20대 후반부에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든 순간들의 정점에 지금의 남자친구가 갑자기 나타났다. 


내 인생의 가장 어지럽고 힘든 시즌에, 나조차도 나를 감당하기 힘든 그 상황에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이었다. 무작정 사람을 쳐내기 바빴던 나를 기다려주었다. 너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고, 충분히 예쁘다고 내가 니 옆에서 힘이되어주겠노라고 성큼성큼 내 옆에 다가왔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지만, 나는 내 남자친구가 익숙하지 않았다. 지난 연애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알아온, 익숙한 사람을 만나왔던 나에게는 알게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과 연애를 한다는것이 썩 어려웠다.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익숙하지 않은 남자친구가 이유없이 불안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막 흘러서,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랬다. 남자친구와 함께하는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시간은 자꾸만 더디가는 것 같아 답답했다. 


그 때의 나는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질 수 있는 안정감을 가지기를 바랬다. 사철이 지나고, 계절이 흘러서 봄의 당신 여름의 당신, 겨울의 당신, 가을의 당신을 알고 싶었다. 남자친구의 대부분의 행동이 내 머릿속에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사소한 것 까지 알고 싶었다. 함께 있을 때면 나는 매일매일 남자친구에게 연신 이것저것을 물어보곤 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플 땐 병원을 금방 가는지, 어떤 날씨를 좋아하고, 혈액형은 무엇인지. 당신의 첫사랑은 누구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화가날땐 어떻게 하는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매일매일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나와 남자친구 사이에 설레임은 있어도 낯선 부분은 없기를 바랬고 그래서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아이처럼 수시로 이것저것 물어보기 바빴다.  남자친구을 향한 호기심은 조바심으로 이어졌고 한동안 나는 내 남자친구가 온전히 내 사람인것 같지 않다는 막연한 불안함에 힘들어 했다. 그 불안함에 점점 커져가는 내 마음이 무섭고 겁이 났다. 내 마음이 책임질 수 없을 만큼 커질까봐  경계하고 망설였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나의 쉴새없는 질문에도 차근차근 많은 것들을 대답해주었다. 내 인생은 내 것이라며 모나게 굴 때도 참아주고 자신은 항상 내 편이라는걸 끊임없이 말해주고 사랑해줬다. 연락이나 일정 공유에 있어서도 내가 조금이라도 불안해 할만한 지점은 만들지않았다. 이전의 연애가 끝나면서 많은 불안함과 상처를 갖고 있던 나를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나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응원과 사랑이 조금씩 나를 기운나게 했다. 흡사 씨앗에 물을 주듯, 한결같이 따뜻하게 품어주고 사랑을 쏟아주고 예뻐해 준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기는 건강한 마음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그렇게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준 남자친구 덕분에  벽을 치고 있었던 내 마음도, 빨리 익숙해지고싶다는 조바심도 차근차근 가라앉았다.  당신의 사랑에 끊임없이 불안해 하는게 아니라, 당신의 사랑덕분에 나는 나를 더 긍정하고, 더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더이상 겁내지 않게 되었다. 


지금의 연애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연애이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연애이기도 하다.  오랜시간 만난 사람이 아닌 당신이기에 지금의 이런 끝없는 사랑과 애정이 더욱더 감사하고 귀하다. 당신의 사랑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고맙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