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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r 11. 2020

임신 8주 : 임신 소식 알리기

가족들에게 임신소식 알리기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 진료를 받고 왔지만 이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보통 언제쯤 가족들에게 임신소식을 알리는지 궁금해서 맘카 페나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안정기 이후에 소식을 전하는 걸 추천하더라. 안정기는 빠르면 12주, 16주쯤부터 시작인데 임신 3개월까지는 초기 임신인지라 잘못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안정기를 기점으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워낙 극초기 임신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아기 심장소리라도 듣고 나서 알리자고 입을 맞췄다. 가족들에게도 소식을 알리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에게도 아직 임신 사실을 말 못 하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났을 때 이 기분 좋은 소식을 알리지 못하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입이 근질근질하던지!  이때만 해도 입덧 증상이 있기는 했지만 이른 아침이나 저녁이 아닌 낮시간에는 어느 정도 버틸만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티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기쁜 소식을 양쪽 가족들에게 동시에 알리고 싶었는데 마침 8주쯤에 설날 연휴가 끼어있어서, 우리는 설날 당일에 양쪽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설날 당일! 시가 식구들이 모인 가족모임에서 우리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시가 식구들은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모두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축하해주셨다.


특히 시동생네 부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축하해줘서 많이 고마웠는데, 시동생은 결혼을 일찍 한 편이어서 4살 배기 시조카도 있고 동서는 둘째 시조카도 임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 형네 부부보다 먼저 둘째까지 임신한 것에 나름 마음을 많이 쓰고 계셨던 것 같다. 시부모님도 우리 부부가 임신을 계획한다고 말한 지 얼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었던 게 내심 다들 마음을 많이 쓰고 계셨던 것 같았다. 내 예상보다 더 많이 우셔서 '저 불임 아니었어요! 저 괜찮아요!" 라며 오히려 당사자인 우리 부부만 울지 않고 다른 식구들을 달래기 바빴다. 가족들의 진심을 담은 눈물의 축하를 받으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히 내가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시가 식구들의 눈물의 축하를 받고 나서 저녁에는 친정인 우리 집에 가서 소식을 전할 차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서 놀고 있을 때, 남편과 나는 엄마 아빠에게 아기 심장소리가 담겨있는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면서 임신소식을 전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뽀로로 모여 초음파 영상을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눈물이 나신다며 울먹이셨다. 평생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은 친할아버지 장례식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나는 아빠의 눈물에 같이 눈물이 나서 울었다. 내가 우니까 엄마가 따라 울고, 나랑 엄마가 우니까 우리 여동생이 울어서 우스꽝스럽게 서로 너 왜 우냐며 조금씩 눈물을 훔쳤다. 우는 우리를 구경하던 막내 남동생은 이제 나도 삼촌이 되네? 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아빠는 한 번도 아기를 언제 가질 거냐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데, 나를 보며 너무너무 고맙고 기특하다며 눈물을 훔치는 아빠를 보니 내심 손주를 많이 기다리셨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병원에서 처음 초음파를 봤을 때도,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었는데 아빠가 울컥하는 모습을 보고 임신 후에 처음 울었다.


가족들에게 빨리 소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따로 사진을 찍거나 영상으로 그 순간을 남겨놓지 않았던 게 아쉽다. 혹시 임신소식 알리는 걸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그 순간을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놓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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