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기형아 검사를 받던 시기.
14주쯤 부터 배가 불러오는지 원래 옷을 입기 불편해 지기 시작하더니, 15주에 들어서니 허리도 조금씩 아프고 몸 컨디션이 꽤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특히 육체적으로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 보다는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우울감이나 짜증이 많이 나서 힘들었다.
임신 유경험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임신하고나면 호르몬이 날뛴다고 하던데, 나는 임신하고 이맘때 쯤 까지 감정이 널뛴다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임신과 상관없이 생리주기에 맞춰서 기분이 지랄맞아졌다가 우울했다가 괜찬아지기를 반복하는 내 기분 사이클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생리를 안해서 그런지(...) 임신하고 나서는 감정상태는 안정적인 편이었다.
임신 초기가 지나고 안정기쯤 들어서면 컨디션이 꽤 좋아진다고들 하던데 나는 오히려 이 시기 쯤에 피로감이나 우울감, 짜증이 많이 몰려와서 좀 힘들었다. 입덧이 가라 앉았지만, 여전히 소화가 안되고 속이 불편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었고 특히 자고 일어나면 속이 불편해서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좋은 날이 많았다.
특히 이맘때 쯤 부터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 느낌이 산발적으로 들었다. 아랫배 통증 등으로 맘카페에 검색해보니 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질문글을 올려놓은 사람들이 많더라..(... 이때 느끼는 안도감? 동질감? 동료의식?이란....) 마침 정기검진일이라서 의사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1시간에 몇번씩 짧은 주기를 가지고 배가 땡기거는게 아니라면 괜찮은거니까 안심하라고 해주셨다. 이 맘때 정기검진을 받으러가서, 1,2차 기형아 검사를 받았는데 피를 뽑고 나서 한 3~5일 정도 시간이 흐른뒤에 결과를 문자로 알려준다고 했다.
매번 정기검진을 받으러 갈 때 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긴장하는 편이었는데 이 때 기형아 검사를 받으러 가는 주에는 특히 걱정을 많이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이지.. 임신은 걱정의 연속이다.
처음 임신테스트기로 두줄을 확인했을 때는 ‘초기유산이 많다던데, 유산이 되면 어떡하지?’ 아기집을 확인하고 나서 다음 진료 전에는 아기가 제대로 자리를 못잡으면 어떡하지? 고사난자라는게 있다고 하던데 착상은 잘 했지만 고사난자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난황이 잘 보이는걸 확인하고 나서는 심장소리가 안들리면 어떡하지?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맘카페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글을 검색하다보면 수많은 초기 유산 케이스들을 접하다보니 온갖 걱정이 밀려들었다. 온갖 걱정이 들어도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뱃속의 아이를 일찍 자라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병원에 자주 간다고 해서 빠르게 뭔가를 확인할 수 있는것도 아니니까.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뱃속의 아이가 어떤 상태일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내가 조심하는 것과 상관없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힘들었다. 이 때문에 가벼운 통증이나, 전에 겪어보지 못한 느낌이 들때면 수시로 불안해 했다. 그래서 진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는 항상 마음이 무겁고 긴장된다. 특히 초음파 기계를 마주하기 직전은 가장 불편하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심장소리를 듣고 울었고, 아이가 얼추 사람의 형태를 띄는 초음파를 보며 감동하며 울었다는데, 걱정이 많은 나는 한번도 병원에서 울컥하거나 눈물이 난적이 없다.
딱 한번 12주 검진 때 예전에는 세포형태였던 아이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게 내가 진료실 안에서 느낀 유일한 긍정적인 감정이었다.
1,2차 기형아 검사를 위해 피를 뽑을 때도 남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아이가 아프거나 건강하지 않으면 , 나는 이아이를 잘 케어할 수 있을까? 기쁘게 이 생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수시로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기형아 검사 결과는 저위험 군이라고 안내문자가 왔다. 저위험군 문자를 받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한 편, 내가 이 아기를 너무 못믿어 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게 잘 자랄거라는 생각보다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먼저하고 있으니...
잘될거라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안되면 어떡하나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하는 평소의 내 습관대로 뱃속의 아이를 대하고 있다는걸 발견하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이 아이는 내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을텐데. 뱃속의 아이를 더 열심히 응원해주는 것 보다 혹시모를 상황에 훨씬 마음을 더 많이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니 마음이 씁쓸해졌다. 이러지 말아야지.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세상에 나올 때 까지 최선을 다해서 응원해줘야지. 앞으로 뱃속의 아이를 더 많이 응원해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