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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un 15. 2020

[day 11] 여름 같았던 10월의 니스

햇빛과 바다가 빛나는 니스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남프랑스 일정의 셋째 날. 남프랑스에서의 대부분의 날들이 그렇듯 이 날도 날씨가 정말 화창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에어비엔비 숙소는 니스 어딘가의 아파트였는데, 호스트가 우리에게 안내하기를 걸어서 해변에 갈 수 있으니 시간 나면 해변으로 놀러 가라고 해줬다. 


밖을 보니 날씨가 정말 맑았고, 전 날 방문했던 앙티베에서 바라봤던 바다와 해변이 정말 멋져서 앙티베 해변을 구경하던 우리는 할 수 있다면 물놀이하면 정말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다. 남편은 지도를 조금 찾아보더니 바닷가에 물놀이를 하러 가자고 했다. 남프랑스의 바닷가에 놀러 왔으니 물놀이는 한 번 해보고 싶다면서. 


딱히 물놀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제 봤던 바닷가 풍경이 진짜 멋졌고 물놀이는 하지 않더라도 해변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짐을 챙겨서 해변가를 찾아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하늘이 진짜 최고 멋졌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10월인데도 햇빛이 쨍쨍하다 못해 뜨거웠다.


한 20분 정도 골목길을 따라 걸어갔더니, 진짜로 해변이 나타났다. 니스는 남프랑스 중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이런 햇빛과 바다라면 휴양하러 올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10월 초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다 못해 햇빛이 따가우리만큼 쨍쨍했다. 우리가 도착한 해변에는  그늘 한 점 없는 쨍쨍한 햇빛이 내리쬐는 자갈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날씨에 저렇게 일광욕하면 피부 다 까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햇빛이 쨍쨍해서 내심 좀 놀랐는데, 작열하는 햇빛을 즐기기 위해서 휴양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  


경치가 진짜 좋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인증사진...


나는 해변가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간식으로 싸온 과일을 까먹고, 남편은 소원대로 바닷가에 들어가서 짧은 물놀이를 했다. 날씨는 매우 더웠는데 물은 진짜 차가웠다고(...) 물이 진짜 맑긴 한데, 갑자기 깊이가 깊어지는 구간이 있어서 키가 꽤 큰 편인 남편도 깜짝 놀랐었단다. 


후기를 쓰려고 사진을 구경하다 보니 물에 들어가자마자 신나서 소리 지르던 남편의 모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게 지금 10월 날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작렬하는 햇빛에 뜨거웠던 날씨, 바다 냄새, 파도소리, 그리고 선글라스를 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부셨던 하늘과 바닷가의 풍경들이 진짜 이국적이어서 한참을 멍하니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로 건너와서 먹은 대부분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이때쯤 나는 한참 예민해져 있었는데, 이 날 내 눈앞에 실제로 펼쳐진 남프랑스의 바닷가와 하늘이 정말 멋져서 음식으로 상처 받은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남프랑스의 와인과 음식이 정말 인상 깊었다던데 딱히 음식에 별 감흥이 없었던 나는 남프랑스에서 구경했던 바다, 산, 그리고 하늘의 청명함이 최고로 멋졌다. 특히 이 날 바닷가에 앉아서 물놀이하는 남편과 남편을 둘러싼 바닷가와 햇살 가득한 하늘을 구경하면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남프랑스의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있는 남편... 이후에 햇빛에 피부가 타서 쫌 고생했다.


오전에 바닷가에서 한참 바다와 해변을 구경하고, 어디 가볼까 고민하던 중에 니스 중심가에 구경 가보기로 했다. 이왕 온 거 시내 구경도 해보자는 심산으로! 남프랑스의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듯 도심지가 크게 넓지 않아서 도보로 주요 스팟을 구경하기에 딱 좋다. 


니스 시내 한가운데 있는 메세나광장! 햇빛이 얼마나 짱짱한지 느껴지시나요?

우리는 니스 시내 어딘가에 자리 잡은 비싼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시내를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하필 이날 괜히 쇼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꽂혀서 괜히 시내에 있는 프랑스가 본토인 여러 브랜드들의 매장을 찾아다니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내가 여행했던 시즌은 세일 시즌이 아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물건이 면세랑 비교했을 때 딱히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니스 중심가에 프랑스의 대형 백화점의 니스 지점도 있는데, 딱히 대단히 볼거리가 있거나, 저렴하거나 하진 않았다.)


남편은 이 먼 곳까지 와서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쇼핑 매장만 찾아다니는 나를 답답해했고, 나는 유럽까지 왔는데 전리품(?) 하나도 건져가지 못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아서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엄청 갖고 싶은 물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프랑스에 와서 쇼핑 한번 제대로 못해본다는 생각이 들면서 왜 그렇게 심통이 났는지 모르겠다. 


이 날 니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둘이 엄청 투닥거렸던 기억이 난다.  엄청 티격태격하면서도 해변에 포토존에서는 또 사진 다 찍고 ㅋㅋ 해변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도 다 찍었음 ㅋㅋ 남는 건 사진이라는 일념으로 ㅋㅋㅋ


노을지는 해변이 진짜 예뻣었는데, 사실 이 사진들은 거의 의무감으로 찍은 사진이다. ㅋㅋ


이 날 기분이 상해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딱히 니스 도심가와 그 주변의 해변이 인상 깊지 않았다. 온통 뭔가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쇼핑도 못했다는 생각에 바닷가와 노을의 멋짐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ㅋㅋ 지금 사진들을 돌이켜 보면서  추억해보니 이날 니스 해변에서 구경한 노을은 정말 예뻤구나. ㅎㅎ 여행을 다니는 동안 거의 처음으로 남편이랑 감정적으로 투닥거린 날이어서 니스의 풍경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게 지금에서야 조금 아쉽다. 


바닷가에서 물놀이하고, 시내 구경하는 게 일정의 전부였던 남프랑스 셋째 날. 니스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해변 근처에 카페나 펍들도 매우 많았는데 그만큼 사람도 많아 보였고 가격도 비싸서 우리는 간단히 근처에서 장을 봐서 숙소로 돌아왔다. :) 


남프랑스 여행 셋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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