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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비 Jul 30. 2019

東京、프롤로그

낯섦과 익숙함

사날에게


  너의 편지를 읽고 10년 전 너와 편지를 나누던 나날들이 떠올랐어. 110엔짜리 우표를 붙인 후 우체통에 넣었던 그 편지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던 너의 편지들. 편지를 쓸 마음의 여유와 낭만이 있던 그 시간들.

  웬만한 물건들은 버렸지만, 다행히도 그 당시에 이것저것 끄적였던 노트가 남아있어서 읽어봤어. 그런데 거기에 이런 게 적혀있더라.

  


  낯선 곳에서의 생활, 자립.
내겐 동경해 마지않았던 것들인데,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순간, 난 동경을 잊어버렸어.
낯섦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익숙함에 안착하기 시작했어.



  너와 브런치에 집 밖 여행기를 쓰기로 결정하고, 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였어.

  10년 전이었다면, 키치죠지의 중고 서점, 이노가시라 공원과 공원 옆의 연기 자욱한 야키토리 가게, 산겐자야의 밥집, 오모테산도의 거리와 브런치 카페, 진보쵸의 서점, 지유가오카의 잡화점,  쓰고 싶은 곳이 끝도 없이 떠오를 것 같은 데 말이야.

  여기서 일하면서 산지 8년째, 어느덧 가족도 생기고, 도쿄는 내게 더 이상 낭만적인 곳이 아니게 되어버렸어.

  이제 오모테산도는 주말에 사람 많아서 답답한 곳, 진보쵸는 유모차 끌고 가기 힘든 곳, 이노가시라 공원은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야 돼서 가기 귀찮은 곳, 지유가오카는 살아보고는 싶지만 집값 비싼 곳이 되어버렸어.


  낯설었던 것들이 익숙해지고, 신기하게 바라보던 것들이 뿌연 배경이 되고, 어느새 난 보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눈에 담지 않고, 듣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귀에 담지 않게 되어버렸나 봐.

  일본에 처음 왔을 때처럼,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감탄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에게 보내는 이 편지들이 날 그렇게 만들어 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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