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을 고르는 당신, 당신을 위한 책은 얼마나 샀나요?
나는 책을 사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한국에 들어갈 때면 늘 가방 가득 책을 채워서 일본에 돌아오곤 했다.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는 늘 언젠가 살 책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장바구니에 한 권 한 권 아이 책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추천 마법사가 아이 책과 육아책 위주로 추천을 해준다. 아이 책에 지출하는 돈이 내 책에 지출하는 돈을 넘어섰다.
부모 되어보니까 알겠는데, 자식한테 들어가는 돈은 안 아깝다. 내 꺼에는 아껴도 자식한테는 해주고 싶고 그러더라. 그런데 책값까지 역전당하고 보니 뭔가 억울하다. 나도 내 삶이 있는데. 나도 아직 인생의 반도 안 살았는데. 나도 아직 더 성장해야 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연구결과가 있더라.
몇 년 전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인 스티브 레빗과 스테판 더브너가 쓴 <괴짜 경제학>이란 책에는 회귀분석이라는 통계기법을 통해서 부모가 아이의 학업과 정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있다면 부모의 어떤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를 보여준 통계분석이 있었다. 그 결론은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가?"가 아니라 "부모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이다. 집에 책이 많은 부모는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었지만, 부모가 거의 매일 책을 읽어주는 것은 강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와 자녀의 성적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아이를 박물관에 자주 데리고 간다든지, 정기적으로 체벌한다든지, 또 자녀가 태어나서 유치원에 다니기까지 엄마가 직장을 쉬었다든지 하는 등 자녀교육을 위한 부모의 행동에 관한 항목들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부모의 자녀가 성적이 높다는 것이다.
-이성조, <그래도 행복해 그래서 성공해>, Inspire(영감의 언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이어서 말한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보다는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부모의 삶 자체가 결국 양육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말이다. 직업의 상하와 귀천을 떠나서 그 일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삶이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아이를 더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성장하고 내가 먼저 행복해야 된다. 너무나도 뻔한 말 있지 않은가.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라고.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긴급 재난 지원금으로 아이의 전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아이의 전집을 사면서 나를 위한 책도 한 두권 얹으면 어떨까? 아이가 동화책을 읽을 때 옆에서 같이 스스로를 위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