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네살 일기장] 따스했던 동네 어른들의 새해 덕담들
멋진 덕담과 소식들, 그리고 소중한 친구와 이웃들 덕분에 빈궁한 처지에도 신년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웁니다. 이럴 때면 마치 부자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여전히 주머니는 비어있고 쓸쓸할 때도 많지만 기분만큼은 가득찬 것 같습니다.
반가운 동네이웃들의 웃음소리, 기쁜 소식들과 멋진 새해 다짐과 꿈들로 주변을 가득 채우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들이 나를 덜 불안하게 만들고 온전히 땅에 두발을 내리고 지금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험하고 무뚝뚝한, 또 무신경한 세상이지만 가족과 동료, 친구들 이외에도 어쩌면 이웃이 없기에 오늘 날 사는 게 퍽퍽하고 외로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 잦은 빈도로 서로의 안녕과 안부를 물어줄 이 귀한 이웃이,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거나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뤄주지 않는 이 무용한 이웃이, 어쩌면 하등 쓸모도, 필요도 없을지 모르는 이 비효율적인 관계의 이웃들이 어쩌면 마치 비타민 C처럼 우리의 삶과 존재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다시 한번 고민해봅니다.
입춘이라지만 여전히 추운 겨울입니다. 겨울에는 언제가 도래할 나와 주변의 죽음을 잊지않고 기억해냅니다. 우리는 모두 결국 헤어지고 사별하게 될테니, 바로 옆에 있을 때 모두를 더 반갑고 기쁘게 맞이해야겠다 단단히 마음 먹습니다.
매일매일 어제와 오늘 크고 작은 즐거움과 기쁨을 쌓아, 언제 올지 모를 슬픔과 안타까움을 견디게 해줄 굳건한 언덕을 만듭니다.
스스로와 내 가족, 친구와 이웃이 기댈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언덕을 쌓아 올리는 심경으로, 하루하루 마을과 이웃들을 그리고 관계를 돌아봅니다.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