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정기적으로 가야 하게 됐다.
두어 달 전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동안은 짧아도 묵을 수 있을 정도의 단발이었다. 단발도 괜찮았으나 더 짧게 자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었다. 묵으면 두피가 아프고 풀면 정신없고 답답하고. 남편도 괜찮을 것 같다며 예쁜 숏단발 스타일을 찾아 주었다.
미용실에 가서 짧게 자르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 때처럼 귀 밑 몇 센티의 단발이 됐다. "더 짧게 하고 싶어요." 선생님은 "그럼 완전 단발인데" 난 "괜찮아요." 선생님은 "그럼 최대한 짧은 단발로 할게요."
나는 살짝 "커트는 안 어울릴까요?" 선생님은 "커트까지는 아닌 것 같고"하며 정말 최대한 짧은, 커트 비슷한 단발을 해주셨다. 앞머리가 없으니 이상하다며 앞머리도 살짝 만들어주신다.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남편도 잘 어울린다며 이 스타일이 전보다 낫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는 몰랐다. 이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어 달에 한 번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것을. 남편이 머리가 지저분하다며 미용실에 갈 때, 내 눈에는 괜찮은데 뭐가 길었다는 건지 의아했다. 미용실 비용이 아까운데 그렇게 자주 가야 하나. 그런데 내가 짧은 머리를 하고 보니 남편 말이 다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저러나 비용은 둘째 치고, 무엇을 하려고 하면 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슬프다. 되도록 남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살아야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데. 남의 손이 필요하면 할수록 제약이 생기고 자유는 줄어든다. 그래서 되도록 가능한 한 무엇이든 직접 하려고 해 본다. (얼마 전에는 주방등이 나가서 내가 바꿨다. 뿌듯했다.)
그러나 머리는 이 스타일을 유지하는 한 전보다 자주 미용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도움받는 손이 미용실 선생님뿐은 아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겠지. 얽히고설키지 않으면 현대를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그래도. 나의 독립성과 자유를 위해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해야지,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