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은 나와 안 맞아
집이 어느 쪽인 게 좋을지 고민해본 오늘
살고 있는 집은 서향이다. 베란다 쪽에 큰 창이 있는데 완전한 서향. 반대로 컴퓨터와 티브이가 있는 작은 방은 동향이다.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 쪽 방인데 여름에는 아침부터 해가 들어와 덥고, 겨울에는 찬바람이 벽에 스며 춥다. 다른 방에 있다 그 방에 들어가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정도. 그 방에서 더위도 추위도 잘 타는 남편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주로 베란다 쪽 방에 있다. 그 방부터 주방과 원룸처럼 하나로 이어져 있다. 답답해 보여서 중간에 문을 없앴다. 작은 공간이다. 다행히 베란다 쪽으로는 사람이나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규모가 작은 인도와 차도가 있고, 그 너머 공원이 보여 개방감이 있다. 그래서 해가 지기 전까진 늘 커튼을 열어 둔다.
그런데, 해가 문제다. 정오가 지나면서부터 베란다 쪽으로 해가 비치기 시작한다. 3시 전후로 가장 세다. 그게 6시 정도까지 간다. 그 뒤로 노을이 지고 7시쯤 깜깜해진다. 노을은 언제 봐도 신비롭고 예쁘다. 노을이 지는 걸 발견하면 늘 구경한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고 해가 비추는 시간이 더 길다.
해는, 서쪽을 보고 있는 베란다로 들어오는 해는, 싱싱한 해가 아니다. 새벽에 떠올라서 정오까지 열심히 비추고 나서 힘이 빠진, 시든 빛이다. 그래서 나는 그 빛이 들어오면 어쩔 줄 모르겠다. 그때의 빛은 비치는 모든 걸 시들어 보이게 한다. 가게를 할 때도 그 빛 때문에 속상했다. 가게를 힘없어 보이게 하고 빵을 맛없어 보이게 했다. 가게 안에 켜 둔, 따뜻한 노란 LED 전구로는 그 빛을 이길 수 없었다.
지금도 나는 그 빛을 이길 수 없다. 집안을 시들게 하고 내 마음을 시들게 한다. 그래서 반쯤은 커튼으로 가리기도 하고 그 시간에는 되도록 베란다에서 먼 주방 쪽에 머문다. 그래도 버티지 못해 오후 2시가 넘어가면 밖에 나간다. 도서관도 미트도 그래서 그 시간에 주로 간다. 밖에 나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낫다. 직접 마주한 빛은 집으로 들어오는 빛과는 다르다. 시든 빛이 아니라 다정한 빛이다. 날이 좋아졌어, 이제 슬슬 활동해야지, 활기 있게 지내봐, 하는 빛.
그렇게 한나절 빛과 싸우다 해가 지고 밖이 깜깜해지면, 그제야 안정이 찾아온다. 해가 없어 풍경이 어둠에 가려지고 가로등이 반짝인다. 적당히 안 보이고 적당히 보인다. 그 풍경을 보면 안심이 된다. 낮에 시들게 보였던 풍경이, 시든 빛에 힘들어했던 풍경이, 그제야 쉬는 것 같다. 오히려 생기를 찾은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도 안도가 된다. 가로등 불빛에 보는 풍경이 가장 예쁘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안정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