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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May 08. 2024

3. 외출 냥이들의 진짜 외출

Chile-Argentina 여행 동반자  


  "온아~ 나 닉네임 하나 지어줘! 멋진 거 생각해 내면 맛있는 거 쏜다!"

좀 그럴싸한 닉네임을 찾고 있던 나는 온이의 머리를 빌렸다. 아무래도 MZ세대 친구한테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몇 가지의 얼토당토않은 아이디어가 난무했고 포기에 가까워지던 순간.

"쌤 외출냥 어때요?"

"외출냥? ㅋㅋㅋ"

"산책냥은 너무 순한 느낌이라서 아닌 거 같고 동네에서 짱 먹는 외출냥!"

  헐.... 천재임? 얜 날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 둘이 키우는 고양이 다 합치면 5마리...

어디 가서 길고양이가 눈에 띄면 가던 길을 멈추고 고양이멍을 때리기 일쑤인 우리는 성격도 고양잇과에 가깝고 고양이로 묶인 동지애가 있는 데다, 다양한 경험과 여행을 꿈꾸는 성격이 비슷해서 나이가 꽤나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친해진 터였다. 외출냥이라는 별명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거였다.


  "쌤은 동네 짱 먹는 외출냥 하고 나는 이인자 할래! 아니 아니 나도 옆동네에서 짱 먹는 외출냥 할래요."

너무 우스워서 포복절도했지만 그날 이후 외출냥이라는 별명은 자주 사용하는 닉네임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썩 좋아하는 별명이 되었다.




  온이는 이번 칠레/아르헨티나 여행을 나와 함께 하기로 한, 과거 일하던 동물병원에서 친해진 테크니션 선생님이다. (그래서 아직 나를 쌤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 온이는 나의 꼬드김에 넘어가 남미 여행을 함께 꿈꾸기 시작했고, 급기야 스페인어 공부를 꽤 오랜 시간 동안 같이 하며 더 의미 있고 보람찬 남미 여행에 대한 꿈을 같이 키운 여행메이트가 약속된 친구였다.

신변의 문제와 코로나가 겹치면서 스페인어 공부가 중단되고도 몇 년간이나 그 꿈은 유보된 상태였지만, 한 번도 완전히 내려둔 적은 없었다.


  스페인어를 내려놓은 지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우리는 떠나기로 마음먹어버렸다.

내가 드디어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 가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온이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자, 온이는 며칠 고민하는 척하더니 바로 오케이 한다.


  "쌤 내가 고민해 봤자,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던 거 알잖아요."

알지 알지. 우리는 떠남에 목말라 있었다.


  두 외출냥이 진짜 외출다운 외출을 시작하기로 한 이 역사적인 순간!

  우리의 심장은 두근댄다. 설렌다. 행복하다. 삶이 기대감으로 충만해지는 기분.

  우리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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