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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27. 2024

26. 하늘을, 날다!

2024. 3. 25 Sky Diving

  오늘은 대망의 스카이다이빙 하는 날! 와... 이날을 언제부터 꿈꿔왔던가! 고소공포증이 없는 나는, 그렇게 무서울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에 온이와 맨날 목숨 운운하며 장난만 쳐왔는데 드디어 오늘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로 나가 진행되는 스카이다이빙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값이 저렴하고 과거에 매스컴을 탄 이후 입소문이 나,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스카이다이빙 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ㅎㅎㅎ 아니 언제 다들 남미에를 이렇게 와있었대~~ 나이대도 다양하고 구성도 다양한 한국인들을 만나니 반가움도 있고 어딘지 모를 피곤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난 왜 해외여행하다가 한국인을 만나면 피곤한 거지? 이유를 알 듯 말 듯? ㅎㅎㅎ


날아보즈아~!


  3000피트 상공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는데 25분, 낙하하는 데 45초.

이렇게 오래 올라가야 되는지 몰랐다. 신체포기각서(?) 일지 모를 동의서에 사인을 왕창하고 기다림.

기다리는 중, 남미 여행 썰을 푸는 젊은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고산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번에 고산지대를 쏙 빼고 바로 칠레로 들어왔기 때문에 고산병을 아직 겪지 않았다.

나중에 페루, 볼리비아를 꼭 가볼 예정인데, 그때를 대비해 미리 이야기를 들어둔다. 어떤 여자분은 숙소에 계단을 올라가다가 기절을 했다고 하는데 ㅡㅡ;;;;; 역시 세상의 멋진 곳을 모두 보기란 쉽지 않구나... 그래도 꿈꿔본다! 기절하며 비니쿤카에 오른 썰을 푸는 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여행력을 뽐내는 날이 오길!


요 경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예정!




  배불뚝이 스카이다이버 아저씨가 오더니 온이를 데려간다.

  다소 민망스런(?) 다이빙 자켓을 입히고 여기저기 조이고 묶고 꼼꼼히 정비한다.

다음은 내 차례. 내 담당 스카이다이버는 세바스챤. 그는 매일 10~14번은 헬기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ㅡㅡ;; 극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세바스챤과 나


  드디어 탑승!!!

딱 4명 포개어져 타니까 딱 맞는 크기의 경비행기를 타고, 3천 피트 상공으로 Up!!

비행기 안이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눈은 창 밖 풍경에 고정. 날씨가 매우 맑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끝없이 펼쳐졌다. 날씨요정 열일 중!

  어느 정도 올라오니, 비행사와 다이버가 뭐가 얘기를 나누더니 문쪽 가깝게 앉은 온이 팀이 먼저 뛸 준비를 한다. 세바스챤도 나와 자신의 장비 결합을 더 단단히 하며, 연신 나에게 검지를 치켜들며 잘 되고 있다고 안심시켜 준다. 마지막에는 그분 무릎에 올라앉아있어야 했는데, 어찌나 황송스러운지 ;;;;;;;;; 내가 낯선 이의 무릎에 앉아본 건... 30년도 더 된 일이 아닐까? ㅋㅋㅋ 무릎을 누르고 있는 게 미안해서 빨리 뛰어내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잠시 후... 온이 팀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새에 눈앞에서 사라진다!

  히이익!!!!!

내가 뛰어내리는 것보다, 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더 무서울진 몰랐다. ;;;;;;

  이제 내 차례라며 다리를 밖으로 뻗으란다. 가랭이에 뭘 옥죄어놔서 다리가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암튼 아픔을 참고 다리를 뻗었더니, Okay! 이러더니 밖으로 성큼 나온다.

  시원한(고 정신없는) 세찬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mgh의 에너지로(?) (이과출신) 자유낙하한다.


끼야아아


  "끼야아아아아아아~~~~~~~"

내가 생판 남 앞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른 적이 있을까? ;;; 처음에는 내가 떨어지는구나~~ 하는 느낌과 후드티 끄덩이가 바람에 심하게 펄럭이며 내 목덜미를 때려서 아파 죽겠다는 느낌, 엄청 빠르다. 내가 하늘에 있다.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다. 곧 넓고 예쁜 낙하산이 펴지며 몸이 직립상태로 회복하며, 듣던 대로 온 세상이 조용해지는데...

  "와 아아아 아~~~~~~~~"

비명이 함성으로 바뀐다.


  내가 이렇게 내 감정에 충실하고 표현하는 사람이었던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오늘의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내 감정에 솔직한, 표현하는 사람!!

  세바스챤이 계속 좋으냐! 괜찮냐! 물어주고 나중에 동영상으로 보니까 계속 고프로로 찍고 있었다. (계속 찍히는 건지 몰랐던 1인.)


몸이 직립하고 온세상이 조용해지던 순간


  온 세상이 조용한데 천천히 낙하, 아니, 하늘을 날며 내려다보는 세상은 참 평화로워 보였다.

아웅다웅, 별의별 일이 일어나는 도심 속 우리네 삶은 사실은 땅바닥에서부터 겨우 몇십 미터, 몇백 미터 높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롯데월드타워도 555m뿐이 안됨!)

  조금만 올라가서 내려다 보아도, 이렇게 장난감 같아 보이는데,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소한 일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너무 화내고 열내지 말고, 유하게 넘기고 크게 볼 줄 아는 원시안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늘에서 바라본 세상처럼, 크고 평화로운 세상을 품은 어른이 되어야지.


  평화로운 세상과의 조우는 잠깐.

세바스챤이 손가락을 휘휘 돌리며 이제 회전하며 내려갈 거라며 엄지를 또 켜올린다.

나도 멋도 모르고 엄지를 촥! 치켜올렸다.

낙하산에 저항을 더 주면서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조절하려는 것 같은데 회전이 꽤 급작스럽고 각도 변화가 커서, 큰 토크값에(?) (이과출신 2) 머리가 아찔하며 급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 내가 이래서 회전형 놀이기구를 안 타는데~~ 그래도 조아~~ 끼야~~~'라고 생각하며

입 밖으로 "우오오~~~~ 오오~~~~~~~" 원시인 소리를 내며 이후 몇 번 더 이어진 회전을 즐기고 나니, 착륙에 가까워졌다. 꽤 지면과 가까워졌는데 아직도 소랑 트럭이 장난감 같은 크기로 보였다. 그 뒤로는 순식간에 착륙.


장난감 같은 세상


  와... 40초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팩트가 매우 컸다.

아드레날린 방출이 Rush에 가깝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ㅋㅋㅋ 내려서 세바스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살려줘서 고맙다는 속마음을 속으로 전했다.

우리는 돌아가고, 세바스챤은 오늘도 열 번의 낙하를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이제 여행이 이틀 남았다. 시간이 얄밉게도 착실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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