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한 추억의 맛
가을이 되었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서늘하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산들바람이 들어와 앞머리를 살짝 건드릴 때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른해진다.
수십 년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교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따뜻한 햇살,
그리고 문득 올려다본 푸른 하늘.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행복했다.
점심을 다 먹고 자율학습 전의 짧은 휴식 시간,
혹은 아침을 거르고 학교에 올 때면
우리는 늘 학교 옆 작은 분식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다른 곳과 달랐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시던 그 분식점에는 그 흔한 떡볶이가 없었다.
대신 쫀득한 쌀떡과 어묵을 꼬치에 꿰어 빨간 고추장 양념을 듬뿍 발라 건네주시던 떡꼬치가 있었다.
케첩 맛이 강한 요즘 떡꼬치와는 달리,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깊은 맛이 살아 있었다.
그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할머니의 샌드위치. 넓은 프라이팬에 마가린을 녹여 빵을 노릇하게 굽고,
양배추와 양파를 볶아 소금, 후추로 간을 하신 뒤 계란 프라이를 얹어 주셨다.
빵 한쪽에는 딸기잼을 듬뿍 바르고, 볶은 야채와 계란, 케첩을 겹겹이 쌓아
쿠킹포일에 싸주셨다. 돌아서면 금세 허기지던 여고생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그 샌드위치는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아침에 엄마와 다투고 속이 상한 날이면
300원을 쥐고 분식점으로 달려가
샌드위치를 사고, 흰 우유와 함께 먹으며 할머니에게 하소연을 하곤 했다.
할머니는 늘 내 편이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대신 전해 주셨다.
결국은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한마디에 마음이 풀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와 보니 그 분식점은 사라지고 낯선 간판이 걸려 있었다.
할머니는 몸이 안 좋아 오래 못 버티실 것 같다고 하셨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새로 들어선 분식집은 흔한 떡볶이와 라면을 팔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그곳에 갈 수 없었다.
마치 그 집에 가면 할머니를 배신하는 기분이었으니까.
그 후로 오래도록 할머니의 샌드위치는 잊혔다가, IMF 시절, 성인이 된 나는 광화문 지하철역 근처 트럭에서 비슷한 샌드위치를 다시 만났다. 모양은 비슷했지만 딸기잼 대신 설탕이 발라져 있었다.
십여 년의 세월을 건너뛴 살짝은 아쉬운 그리운 맛을 경험한 뒤 시큰한 코끝을 문지르며
사장님께 “딸기잼을 넣으면 더 맛있을 거예요”라고 말해봤지만, 그분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트럭도 사라졌다.
가을이 오고, 이렇게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날이면 나는 다시 그때의 오후 세 시를 떠올린다.
학교 담을 넘어, 친구들과 돈을 모아 검은 봉지 가득 사 오던 토스트와 떡꼬치.
그때 그 맛, 그 공기, 그 햇살,
그리고 할머니.
모두가 가을바람을 타고 다시 내 곁으로 돌아나간다.
남는 건 아스라한 그때의 맛과 어린 나의 모습이다.
식빵 2장
양배추 1컵 (채 썬 것)
양파 1/4개 (얇게 썬 것)
버터 1큰술
치즈 1장 (선택 사항)
계란 1개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딸기잼 2큰술
토마토 케첩 약간
1. 양배추는 곱게 채 썰고, 양파도 얇게 썹니다.
2. 팬을 달군 후 버터를 녹입니다.
3. 양파를 먼저 넣고 살짝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양배추를 넣고 2~3분 정도 볶습니다.
4. 소금 후추로 간을 해주세요
5. 볶은 채소는 잠시 접시에 덜어둡니다.
6. 같은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계란을 프라이 또는 지단 형태로 부칩니다. 부드러운 식감을 원하면 스크램블 형태로 만들어도 좋아요.
7. 식빵 두장에 버터를 살짝 바르고, 팬이나 토스터에서 바삭하게 구워줍니다.
8. 한쪽 식빵에 딸기잼을 얇게 바릅니다.
9. 딸기잼을 바른 식빵위에 볶은 야채 계란 치즈 순서대로 올립니다. 케찹을 뿌린 후 다른 씩빵 한 쪽을 덮어 완성합니다.
1. 단짤 조합을 좋아한다면 딸기잼과 치즈를 함께 넣어보세요
2. 더 든든하게 먹고 싶으면 햄이나 베이컨을 추가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