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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Jun 09. 2020

지독한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덴마크에서도 그리운 한식 이야기

결혼을 할때 덴마크 남편이 우리 엄마에게 약속한게 하나 있다.


장모님, 일년에 한번은 꼭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들을 보러 한국에 오겠습니다.


그 이 후 남편은 일년 가족 예산에서 한국 방문을 우선순위에서 빼지 않고 넣는다. 아이들 둘에 우리 부부까지 4인가족이 한국을 방문하기란 경제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가족들을 보기 위해 한국을 가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한국에 갈때면 우리는 두가지 목표를 가지고 간다. 가족들과의 좋은 시간과 추억만들기 그리고 맛있는 한국음식을 우리 몸에 가득 축적해 오는일. 일년을 버틸 수 있을만큼.



한국가면 뭐가 제일 먹고 싶어?


한국에 가면 제일 먹고 싶은것은 그리 거창한 요리가 아니다. 제일 그리운 것은 집밥과 반찬들이다. 그리고 내가 해먹는게 아닌 누군가가 해주는 남이 해준 밥. 갖가지 김치 종류, 진미채 볶음, 마늘짱아치, 미나리 무침, 홍어무침, 깻잎등등 외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반찬들이 너무나 그립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반찬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특별하다. 한국가족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온 사진들을 보면 나는 항상 반찬이 맛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메인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쿠사리를 듣곤하지만 나에겐 신선하고 깔끔해 보이는 반찬들이 눈에 먼저 들어 온다. 그저 방금한 밥에 이 반찬들을 올려 뚝딱 한상 해치우는 상상을 한다.



외국에 살다보니 반찬에 대한 나의 생각이 좀 바뀌었다. 외국에서 한국식당에 가면 자동으로 딸려 나오는 반찬들이 나는 좀 안타깝다. 외국에서는 이 모든 반찬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 에피타이저나 사이드디쉬(side dish)로 선택을 해야 했을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식문화가 원래 그렇고 한국의 ‘ 묻어 나는 부분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반찬 하나하나의 고유성이 묻히는게 나는 안타깝다. 하나하나 그 이름을 불러주고 메뉴에 넣어 그 이름을 불러 주문을 할때 그 가치를 더 인정 받을 수도 있을텐데... 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남편은 나물이나 여러 재료로 만든 새로운 반찬들을 보면이름을 물어보기에 항상 바쁘다. 김치만 하더라도 맛김치, 오이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총각김치,갓김치 등등 하나하나 재료도 다르고, 맛도 너무나 세상에 둘도 없는 맛들인데 ‘그냥 딸려 나온 사이드’로 전락해 이름도 불리지 못하고 잊혀지는게 너무나 아쉽다. 누가 나에게 한국음식점을 차리라고 한다면 나는 이 반찬들에게 멋진 이름을 알려주고 하나하나 주문하게 할것이다. (가격은 상관없지만 선택은 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반찬들이 얼마나 특별한 맛인지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



미국이나 영국에 살때는 그나마 한국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덴마크는 구할수 있는 한국음식 재료도 많이 없다. 이렇게 구할 수가 없으니 음식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아이를 출산하고 제일 그리웠던거은 따뜻한 밥에 반찬 몇가지를 먹는것인데 간단하게 미역국에 김치로만 연연했었다. 한국음식에 대한 갈망은 더욱 더 커져만 간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나는 한국음식에서 영영 벗어날  없다는것을...



가끔은 한국음식을 안먹어도 되면 참 편할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외국생활이 길어져도 왜 입맛은 바뀌지도 않는지... 나의 뇌는 한국음식의 맛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구하기도 힘들고 쉽게 먹을 수도 없으니 차라리 안먹어도 될 운명이었으면 편할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한식에 대한  나의 짧은 소설


잊고 싶은 지독한 사랑의 기억을 아시나요?



잊으려할 수록 그 추억이 너무 진해 잊혀지지않는 사랑을 한것처럼.... 나는 외국에서 오랜시간 살아 왔지만 한국음식의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환자에 가깝다. 잊혀지지 않는 옛사랑처럼 그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잊으려 잊으려 노력했지만 미각을 통해 전해 온 만족감의 경험들은 내 감각속에 쌓여 그 경험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잊으려 다른 이들도 만나 보았지만.... 당신을 잊을 수가 없었다.

20년 다 되어가는 외국 생활. 다양하고 맛있는 여러나라의 음식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그 나라에 있는 인기 있고 잘나가는 당골 인기 음식들도 만났다. 참 맛있었다. 그들만의 특별한 맛이 있고, 이국적이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다른 외국음식들을 먹어도 한국음식은 따로 먹어줘야 한다. 잊혀지지 않는다. 자꾸자꾸 생각이 난다.



많은 외국인들이 묻는다.


한국음식은 어떤 음식인가요?
뭐... 일본음식, 중국음식, 태국음식과 비슷한 음식인가요?


중국음식, 일본음식과 태국음식을 동양음식으로 알고 있는 이곳에서는 뭔가 막을 상상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며 설명을 해야 할텐데 한국음식은 이들과 너무나도 다르다. 비슷한 재료와 밥이 들어가는것은 같지만 맛이 비슷한 음식은 생각처럼 많지않다. 쓰는 양념도 다르고 조리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은 그냥 한국음식이다. 세상 어디에도 ‘비슷한 음식 없는것 같다.



아! 김치 알아요!
그럼 김치가 한국음식인가요?


한국음식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말은 김치라는 단어다. 한국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외국인들은 김치가 한국음식인 줄 안다. 하지만 김치만으로 한국음식을 표현하기는 부족하다. 무엇인가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고 싶은데 가끔 한마디로 설명을 해주기가 힘들때가 있다. 한국음식은 ‘김치 이상이기 때문이다. 비빔밥, 갈비, 감자탕, 잡채, 육전, 삼겹살구이 정말 셀 수도 없이 많다. 이 온갖 종류의 음식들을 한 카테고리에 넣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어딜가나 인기가 많았던 당신. 나를 빛나게 해준 당신

오랜 외국 생활동안 한국음식은 나에게 너무나 감사한 존재이기도 하다. 덴마크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양나라의 친구들은 한국음식을 너무나 좋아하고 서양 사람들도 한번 맛 본 사람들은 다음에 만날때 꼭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곤 한다. 나에게 굳이 관심이 없더라도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친구들을  금방 사귈수 있다. 내 자식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엄마인양 자꾸 한국음식을 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음식을 잘하진 못하지만 전에 맛있었다는 음식 이야기를 들으면 또 신이나서 초대에 초대를 거듭하니 음식이 좀 늘기도 했다. 한국음식은 아는 사람 없는 미지의 장소에서 나를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고 때로는 빛나게 해주었다.



당신이 없는 이곳. 아직도 당신의 그늘에서 살아갑니다.

덴마크에는 ‘한국 수퍼마켓’이 없다. 한국식품은 구할 수 있지만 태국, 중국 마켓에서 끼어 파는 정도다. 코펜하겐에 한식을 알리는 맛있는 한국식당도 몇개 있지만 우선 외식하면서 먹고싶은 만큼 먹지는 못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살때도 적어도 한국수퍼가 있어서 한국음식을 찾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 한국음식은 매일매일 그립다.



당신과 비슷한 사람만 보면 지금도 흠찟 놀라는 저에요..

이제는 한국음식과 비슷한 음식만 보면 저절로 돌아가는 고개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재료를 사다가 한국음식을 해먹는 재주가 생겨났다. 덴마크에서 내가 정말 놀랐던것은 돼지고기를 만났을 때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돼지 삼겹살을 사랑하고 있다는것을 알게 된 순간 덴마크는 나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커넥션을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의 삼겹살은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삼겹살을 닮아 있었다.



덴마크 돼지고기를 잠깐 소개 하자면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하다. 덴마크에서는 사람 숫자보다 돼지의 숫자가 많으며 그 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덴마크는 세계적  돼지고기 수출국 중 하나다. 한국에 감자탕 집에 가거나 고깃집에 가면 가끔 ‘덴마크산’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곳에서는 인간복지를 넘어서 이제 동물복지까지 생각한다. 동물도 가능한 한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한 노력이 있고, 자라는 과정과 고기가 되는 과정도 질적으로 향상 될 부분들을 많이 생각한다. 이로 인해  맛과 품질에서 뛰어 날 수 밖에 없다.



돼지 껍데기를 같은 관점에서 바라 본 다는것

다른 서양에서 돼지의 비계와 껍데기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 부위는 수퍼마켓에서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의 비계과 껍데기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아진더. 덴마크 전통 음식 중 하나인 플레스크스타이(fleskesteg)는 돼지 고기를 껍데기와 함께 오븐에 바삭하게 익혀 먹는 음식이다. 돼지 껍데기에 대한 관점이 우리와 비슷한것을 보며 ‘아, 죽으란 법은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 테이블에도 빠지지 않는 덴마크 전통 음식 플래스크스타이


돼지껍데기의 바삭함을 위해 껍데기에 소금으로 문질러 소금을 침투시킨다. 월계수 몇장을 꼽아주면 고기잡내를 잡아 줄 수 있다. 바삭바삭한 껍데기는 아이들도 사랑하는 핑거푸드가 된다. 덕분에 나는 틈틈히 질 좋고 맛있는 삼겹살을 내가 먹고 싶은때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먹듯 이 부위는 한국식 삼겹살로 구워 먹어도 손색이 없다.


아삭아삭 양상추에 싸먹는 덴마크 삼겹살


레드와인과 돼지 껍데기 환상의 궁합

덴마크에서 돼지 껍데기로 만든 스낵 플래스크스베아(flæskesvær)와 레드와인을 즐긴다. 바삭바삭 짭쪼름한 돼지 껍데기 스낵과 레드와인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종류도 여러가지에 단단함의 정도에 따라 식감도 다르며 그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껍데기의 풍미가 충분하고 껍데기와 지방의 두께가 적당하고 바삭바삭한 수제 껍데기 스낵은 나의 한국 음식 고품을 달래준다.

레드와인과 우아하게 즐기는 돼지 껍데기 스낵




한국음식.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에게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지독히 사랑했던 옛사랑 같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너를 잊지못하고 오늘도 너무나도 찾기 힘든 너를 찾아 다니며 비슷한것을 찾아 배회한다. 그리고 나는 받아들인다. 나는 너를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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