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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Jul 05. 2020

북유럽 여름을 아시나요?

덴마크 여름 이야기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던 올 한 해도 계절은 바뀌고 여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처음 덴마크를 만나던 때가 여름이라 그런지 그때 여름이 주는 이곳의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었던 여름과는 다른 게 많았던 그 여름. 시간이 지날수록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이곳의 여름이 있다.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여름’에 대한 선입견을 모조리 부셔 준 덴마크의 여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름은 뜨겁다. | Summer may NOT be hot.


‘여름은 덥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여름은 그랬다. 그리고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덴마크 여름을 만나기 전 까지는.



남편은 덴마크를 나를 처음 소개해주러 여름을 선택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알 수 있을것 같다. 그 여름 사람들과 나눈 대화 중 인상이 깊었던 말이 있다. 인사와 함께 건넨 그들의 말엔 이런 말이 있었다.


이번 여름은 좋은 여름이야.


여름은 날이 덥고 맑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몇 년의 여름을 보내고 나서야 나는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추운 여름과 비가 많이 오는 여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여름은 27도를 넘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어느 여름은 겨울처럼 비가 계속 내리기도 했다. 선선하고 추운 날이 꽤 많을 수 있다. 겨울옷을 옷장에 다 집어넣으면 안 된다. Good summer가 있고 Bad summer의 차이가 확연하다. 안 좋은 여름날은 떡잎부터 알 수 있다. 5월부터 날씨가 ‘꾸리꾸리’함을 보인다. 그해는 여름 없는 해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아, 망했다!!



밤은 ‘어두움’을 뜻하지 않는다. | Night does NOT equal darkness.



7월과 8월의 밤은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자정 가까이 시간이 되어도 해가 떠 있다. 밤과 어두움은 함께 다니는 단짝 친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의 밤은 어두움을 뜻하지는 않는다. 네이비색 하늘은 깜깜함을 일러주지 않는다.수채화의 색처럼 물을 탄 어두움은 엹다. 어둡지 않은 밤은 설렘을 준다. 추운 겨울 짧기만 했던 낮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낮은 끝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밖이 환한대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잠을 자러 가야 하는 게 해가 바뀌어도 적응이 안된다.



‘쉼’에 대해 | The real meaning of resting


7월과 8월에 이곳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떠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여름휴가 이야기를 벌써 시작한다. 여름휴가 계획을 몇 번을 반복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대답했는 참 기억도 나질 않는다.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는 참 중요한 사안이다.



덴마크에서는 일 년에 5-6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그중 보통 2-3주가량을 여름휴가에 쓴다. 7월과 8월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가기 때문에 이메일을 보내고 바로 회신을 받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는 여름휴가가 끝나야 진행되니 괜히 속 태우며 안달 내는 일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이곳에서 여름은 ‘멈춤’을 의미한다. 보통 이 곳 사람들은 처음 1주일은 머릿속에 일 생각이 남아있고, 2주가 되면 일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시작 할 수 있다. 그리고 3주가 되면 쉼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쉼의 시간이 된다고 말한다. 휴가가 긴 이곳의 ‘워라밸’과 시스템에 감사할 일이지만 일에 대해 삶의 전부라 생각하고 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질 높은 ‘쉼’은 이후 일의 효율성을 더 높여준다는 생각이다. 일이 중요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죽고 살 문제는 아닌것 같다.


Work is fuel for life, but is not the final goal.  



지금은 영원하지 않다. 있을 때 즐겨라! | Seize the day!



덴마크의 여름은 기긴이 있는 반짝 세일이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여름 날씨 덕에 덴마크 사람들은 좋은 여름날이 오면 온몸으로 즐긴다. 아니 즐겨야 한다. 내일이면 여름은 가버리고 없을지 모른다.



오늘 좋다고 내일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날씨가 나쁘다고 해서 계속 나쁠 것이라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뜻밖의 멋진 여름 저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쨍쨍하고 맑은 여름날에 느슨해져 이번 여름은 참 좋은 여름이겠구나 그리고 이런 날이 계속될지 모르겠다 잠시 방심하면 그다음 날은 기온은 13도 춥고 바람 부는 날이 온다. 반대로 추운 날이 계속되어 좋은 날은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가 거의 포기상태로 있었는데 놀랍게도 다음날엔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날이 있었다. 모르겠다.



나에겐 참 인생 같다. 예측불허.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 딴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좋은 날은 사라져 버리고만 만다. 여름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지금’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어느 여름도 같은 여름이 없다.

여름은 지금도 많은 것을 말해준다.



- 북유럽 여름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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