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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Jul 06. 2020

뚝배기에 빠진 북유럽 식단

나만의 노르딕 비빔밥 레시피

우리 집 키친 캐비닛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몇 해전 한국에 갔을 때 공수해 온 뚝배기 6개와 돌솥 2개다. 남편의 최애 한국음식인 돌솥 비빔밥을 집에서 해 먹고자 그 무거운 것들을 트렁크에 넣어 비행기에 싣고 왔더란다. 끙끙대며 들고 온 국경 넘은 뚝배기는 우리 집에서 꾸준히 사랑받으며 현재 덴마크에서 ‘열일’ 중이다.



나는 당신이 해 준 돌솥비빔밥에 맥주 한잔 할 때가 진짜 행복해~



젓가락으로 돌솥비빔밥을 노련하게 비벼대며 돌솥 비빔밥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남편을 볼 때면 동네 천냥 백화점에서 사 온 뚝배기 6개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남편도 남편이지만 게스트를 초대할 때도 이 뚝배기는 디너 테이블에 특별함을 더한다.



돌솥 비빔밥의 바닥에 달라붙은 밥톨 맛을 음미해봐~



남편에게 그냥 비빔밥을 똑같은 재료로 해주는데 싫다고 한다. ‘귀신같다’ 그 바닥에 달라붙은 탄 밥톨 맛을 안다. 그 바삭바삭하고 크런치한 바닥의 찰싹 달라붙은 밥알의 고소한 맛을 이 외국인이 어떻게 알지? 참 신기하다.



덴마크에 들고 온 뚝배기를 들고 이사를 왔다.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 살던 집에는 가스스토브가 있어서 뚝배기에 뜨거운 돌솥 비빔밥을 만들었다. 이제 인덕션이다. 인덕션이라 뚝배기에 직접 열을 가할 수 없다. 뚝배기를 센 불에 가열해야 하는데 이를 어쩔 것인가...


인덕션 전용 뚝배기는 없나요?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쿠팡에는 있구나. 하지만 몇 년 전에는 없었다.




그래서 되는대로 오븐에  멕시멈 열로 힘껏 가열해 본다. 가스만큼은 아니지만 ‘된다!’ 오븐에 뜨거워진 뚝배기는 취~~ ~소리를 내며 밥알을 바닥에 누른다. 이 소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들릴 줄 전에는 몰랐다.



우리 집 근처에 ‘세계 최고’의 명예를 얻은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 그 이름은 노마 (NOMA). 이곳은 노르딕 퀴진의 선두주자이며 자연재료 본연의 맛과 로컬 재료와 허브를 사용한 독창적인 맛을 만들어낸 레스토랑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나에게는 언젠가 한 번은 이곳에서 밥 한번 먹어 보는 아주 큰 꿈이 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격도 가격이지만 몇 안 되는 테이블에 재료를 구할 수 없는 계절에는 오픈을 안 하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일 년 넘게 예약 후 대기를 해야 먹을 수 있을까 말까란다. 이곳 로컬 사람들도 자주 갈 수 있는 흔한 레스토랑은 아니다.


NOMA, 직접 허브 를 재배하는 그린하우스와 레스토랑 전경. 식사는 못하지만 지나가면서 특별한게 없나 기웃거려본다.


노마에 갈 수 없다면 집에서라도 해 먹어야지! 노르딕 퀴진에 영감을 받고 제철 야채와 로컬마켓의 유기농 야채를 곁들여 나만의 뚝배기 비빔밥을 완성해 보려 한다. 북유럽 식단의 핵심은 ‘재료 그대로의 맛’ ‘신선함’ ‘건강함’이니 나만의 방식으로 뚝배기에 더해본다. 아보카도는 이제 빠질 수 없는 나의 뚝배기 비빔밥의 재료다. 캘리포니아 초밥 롤을 먹으며 밥과 아보카도의 궁합을 맛보았다. 그 후 비빔밥에 아보카도를 빼지 않고 올린다.



덴마크인이 즐겨 먹는 에어더(Ærter 완두콩) 초여름 제철 식재료. 달콤한 어린 완두콩은 생으로도 먹을 만큼 달콤하다.



신선함 한가득 푸르름을 담아냈다! (아~ 이게 뭐야ㅎㅎ)



비주얼은 노르딕 퀴진 뺨친다. 그런데 녹색채소들이 뚝배기에 빠져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인가?!



맛은 예상 외다!


그 맛은 뚝배기의 뜨거움과 녹색 채소들의 신선함은 환상의 궁합을 낸다. 단짠단짠이 있다면 차뜨차뜨(차가움-뜨거움)의 맛이라고 할까?! 나만의 노르딕 퀴진 디쉬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이다. 북유럽 식단을 다이어트로 한다는데 다이어트는 다음 시즌으로 살짝 미뤄둘까 한다.






뚝배기 하나를 조용히 순삭 한다. 밑바닥 달라붙은 밥톨들도 잊지 않는다. 얼마 동안 NOMA는 안 가도 될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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