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마스크 처음 써 본 이야기
예전 같으면 여름휴가 계획을 일찍부터 세웠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휴가 계획 잡기가 쉽지가 않았다. 해외로 휴가를 떠나던 사람들은 덴마크에 머물기 되었기 때문에 많은 휴가지는 벌써 예약이 차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여행할 수 있는 곳 주변 몇 개 나라가 있다. 독일, 스웨덴, 아이스랜드, 노르웨이 등 은 국경이 열린 상황이라 갈 수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가야 한다면 그곳의 코로나 확진자 상황을 파악하고 확진자 증가율이 낮은 곳을 찾아야 한다.
집을 잠시 떠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목적이니 가까운 곳이라도 잠시라도 다녀오자며 남편과 결정을 내렸다. 처음 계획은 시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이었지만 다른 나라로 나가는 것이 코로나 때문에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셔서 시부모님은 함께 가지 않으시기로 했다. 스웨덴과 독일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스웨덴의 코로나 상황을 보니 현재 덴마크보다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 독일은 그나마 통제가 잘 되고 있는 듯하다. 확진자 증가율도 높지 않아 덴마크에 있으나 독일에 있으나 감염될 확률을 비슷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큰 도시는 가급적 제외하고 며칠 독일의 작은 소도시들을 보고 오기로 했다. 코펜하겐이 있는 쉘랜섬에서 유틀란트 반도로 건너가 독일 국경을 넘으면 3시간 30분이면 독일로 넘어갈 수가 있다.
독일에 도착하니 덴마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보인다.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실내에 들어가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곳도 정말 많았다. 덴마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상점들마다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이 되고 덴마크는 2월 말에 Shut down을 강행했다. 그 후로부터 약 6개월을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나는 덴마크에서 마스크를 써본 적이 없다.
6개월이 지나고 오늘 마스크를 처음 써본다.
처음 써보는 마스크.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처음 사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모습만 봐왔지만 막상 실물을 보니 낯설다. 마스크가 무엇이길래...마스크에는 ‘두려움’이 묻어있었다. 이것을 쓰면 답답하고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두려움과 우울함이 밀려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몸을 해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의 뇌는 처음으로 인지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싫고 두려운 마음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자 곧 익숙해져 간다. 그나마 밖에 나가면 벗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다행히 6살 미만의 아이들은 쓰지 않아도 된단다.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씌워야 하는 일은 안 해도 되었다.
덴마크에서 독일로 들어오는 국경에는 보더 컨트롤(Border Control)도 따로 없다. 언제 독일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독일로 들어와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나라도 참 다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덴마크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거지?
덴마크에서 정확하게 마스크를 왜 쓰지 않은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한 가지만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권고했단다. 마스크를 쓰게 되고 사재기나 여러 재난 상황 불안감 조성할 가능성이 있어서였단다. 이곳 질병 관련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거나 방지한다는 확실한 연구결과가 없고 쓰거나 안 쓰거나 차이점이 밝혀진 게 없기 때문에 굳이 쓰는 것을 권고하고나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남편의 말에 따르면 덴마크는 대만이나 홍콩, 한국,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바이러스성 질병을 경험한 적이 없다. 또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사용에 대해 거부감도 있고 평소 감기나 다른 이유로든 마스크를 잘 사용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왜 써야 하는지 이유가 확실하지 않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설득하는 데는 시간이 당연히 더 소요되는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동양사람들은 집단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서양 나라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욱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더 많은 이유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덴마크는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여야당간 그리고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등 그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토론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런 토론들이 오가는 것을 보자면 이 사람들은 정부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부의 방향이나 정책에 대해 세세히 비판하고 다른 각도들을 대입시켜 만일을 경우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한다. 그런 적극적인 토론 끝에 마지막으로 결정이 내려지면 언제 비판을 했느냥 정부의 실행 방향에 군소리 없이 잘 따른다. 보통 질서나 규율을 따르는 데 있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앞장서는 반장이 되곤 한다.
마스크를 쓰는 데 있어서 참 토론도 길었다. 지난주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 실행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는 어느 정도 통제가 되어가고 있었고 Shut down 은 해제되고 학교와 기관들은 모두 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지금 코로나 감염자가 또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가 났다. 그리고 마스크 사용이 감염을 방지하고 예방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결과에 따라 덴마크 정부는 러시 아우어 (Rush Hour)인 오전 7-9, 오후 2-5시에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덴마크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래도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었던 코로나가 떠나질 않고 다시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