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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Sep 13. 2024

글쟁이

내가 브런치 작가라니

 글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퇴사를 하고 막연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주가 있어야 콘텐츠를 만들지. 겨우 하나 있는 게 이런저런 생각을 끄집어 써내려가는 일뿐. 에세이로 재미있게 쓰려니 생각보다 인생이 드라마틱하지가 않다. 단조롭고 단조로운 일상. 그러면 소설로 꾸며 쓰는 이야기라면 좀 재미있게 쓰지 않을까 싶지만 온갖 식상한 플롯들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대로 주저앉고야 말 것인가.


 그러던 중 브런치를 알게 됐다. 아무나 쓰지 못하고 선정되어야만 쓸 수 있다는 그 허들을 넘고 싶었다. 나 정도면 쉽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자만도 했다. 작가를 신청하려면 두 개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내가 글을 쓸 테니 너희는 허락을 하거라.라는 투의 답변을 해버렸다. 예전 답변을 찾아보니 오글이 토글이가 다 친구 하자고 모여들 기세.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거냐는 질문에는 구보씨 일일의 하루 같은 글을 쓰겠다고 했다. 당연히 결과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내가 한 어처구니없는 답변은 모른 척하며, 그런가 어렵구나, 작가란 역시 수준 높은 직업이었어, 라며 바로 선정되지 않음을 쉽게 납득했다.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언가를 쓰고 만들고 싶은 욕구, 욕심, 마음은 계속 들었다. 나 아직 마흔 초반인데. 앞으로 6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고 사는 건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남들도 다하는 사소한 생각들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의 나를 아는 주변 지인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다. 꽁꽁 숨기고 싶다. 바로 옆의 영감한테는 부끄럽다며 보여주지 않으면서 공개적으로 떠들기를 좋아하다니.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쓴 글들도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쓰다 보면 실력이 늘겠지. 아마도.


 블로그에 잡다하게 끄적이기 시작했고 역시나 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진 않는 것 같았다. 뭐랄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일기장의 느낌으로 가끔씩 혹은 몰아서 써 내려갔다. 햇살 좋은 날 새파랗게 맑은 하늘 이야기라던가, 자주 놀러 가는 다이소에서 살까 말까 고민하는 천 원짜리 물건들에 대한 소감, 갑자기 쌩뚱맞게 떠오르는 엉켜버린 생각들. 그러면서 브런치는 사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어디서든 쓸 곳이 있으니까. 놓지 말고 꾸준히 가자. 그거면 된 거야. 뭐 하루아침에 짜잔 하고 멋들어진 걸 내놓으려 하지 말자.


 그러다가 또 우연찮게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신청하고 일 년 정도가 지났던 상태이고 다시 신청하면 왠지 될 것 같았다. 이것도 어쩌면 근거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는데, 뭔가 계속 쓰다 보니까 내가 어떤 류의 글을 쓰기 좋아하는지 어렴풋이 알 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 고민이 되긴 했다. 작가 신청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그냥도 글은 쓸 수 있는데. 브런치에 발행되는 글들을 보면 훨씬 짜임새가 있고 글이 잘 읽힌다. 스레드만 보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그런데 내 글은 약간 동어 반복이 많고 하려는 말이 확실하지 않고 뭔가 물어보면서 긴가민가 하면서 흐지부지한 느낌이다. 고민.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데 걱정부터 하고 있다. 바보 같아.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다가 안 해본 게 얼마나 많았나. 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게 아닌데. 우선 신청하고 도전해 보는 거지. 조금 낯간지럽지만 해보는 수밖에.


작년보다는 좀 더 어른스럽게 신청을 했고 그동안 썼던 글 중에 제일 그럴싸한 걸 골라서 첨부했다.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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