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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Sep 16. 2024

소재

무얼 쓰고 싶은 건지.

 반나절을 고민하다가 늦은 오후에 신청을 했다.

 

 아직 선정 여부도 나오지 않았건만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뭘 써야 하지. 에세이는 너무 많고,  소설이나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다. 그렇지만 그런 소설이나 전문적인 건 정말 배경지식이나 준비가 많아야 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또 역시나 쉽게 포기해 본다. 결국 에세이인데 어떤 걸 써야 좋을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없는데. 무난 무난하고 평범한 일상. 회사를 관두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진상을 만날 일도 없다. 진상의 이야기를 쓰자고 예전 일했던 걸 쓰자니 아직은 회사와 나를 확실하게 분리시키지 못해 조금 마음이 조심스럽다. 15년을 한 회사에 다녔더니 회사는 나를 진작 잊었겠지만 나는 여전히 지난 사랑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하다. 도대체 왜.


 하여간 신청을 하고 나서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자주 읽어 보진 않았지만 보통 연재를 하는 것 같고 블로그처럼 글을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하나의 주제로 써야 할까. 블로그에 몇 개 안 되는 글이지만 있는데 그걸 우선 옮겨도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똑같은 글을 여러 채널에 올리는 건 괜찮은 일인가. 밤새 궁금증에 답을 찾기 위해 브런치를 뒤지고 고객센터 검색을 해봤지만 마땅한 답이 없다. 하지 말라는 말이 없으니까 우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든다. 제목이 하나 있던데 연재되는 글들의 큰 제목을 뭐로 지으면 좋을까. 이것저것 쓰기 무난한 제목으로 만들어야겠다. 첫 번째 글은 뭐로 하지. 새로 쓰는 게 나을까 지난 글을 올려보는 게 좋을까.


 밤새 쓰잘데 없는 고민에 고민이 이어진다. 꼬꼬고인가. 아직 선정되지도 않았고 이렇게 설레발과 김칫국 먼저 마시고 나서 그 실망감은 어쩔 건지. 5 영업일의 시간이 있으니 나는 꼼짝없이 주말을 끼어버리고 추석연휴까지 껴있다. 최악의 경우 추석이 지난 다음 결과가 나올 테고, 그때까지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겠지. 사실 이미 기다리면서 간단하게 제목하나는 지어봤는데 다시 찬찬히 보니 브런치 북을 만드는 게 아니면 큰 제목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또다시 고민. 연재는 마감일이 있어서 엄청나게 부담스러운데 과연 할 수 있을는지.


 보통은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고 살고 있는데 오늘따라 딴짓을 했다. 읽어야 할 책도 쌓여있고 해야 할 집안일도 있었다. 그리고 왠지 비 오는 목요일. 추적추적. 그러다가 핸드폰을 보는데 브런치에서 알림이 와있었다.


[글 발행 안내]...


 자세히 읽지는 않았지만 머리글만 보고서는 아니 작가 선정이 돼야 글을 발행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엇? 됐다. 하하하, 이게 되는구나. 아직 글 하나 발행 안 했지만 괜히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이것이 작가병인가) 들고 기분이 생각보다 좋다. 도전을 오랜만에 해봤는데 성공한 기분이다. 이미 예전의 실패는 잊어버렸다. 물론 직접 글을 쓰고 인정을 받아야겠지만. 인정을 받지 않더라도 내 공개 일기장이 두 개로 늘어났다. 좋아.


 첫 글은 내가 브런치에 가입해서 처음 썼던 글을 그대로 발행했다. 그때는 선정되지 않아 발행을 못한 채 저장되어 있던 글이었다. 열심히 썼던 거라 블로그에도 진작 올려놨었는데 왠지 처음은 퇴사의 다짐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 그때 그 기분을 곱씹으면서.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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