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
필라테스 양말은 발가락 양말이다.
난생처음 발가락 양말을 신어봤는데
그 신기한 느낌이란.
운동 가는 날 항상 양말을 갈아 신는데
어느 날 양말이 안 신겨진다.
엄지발가락이 과하게 쫄린다.
머지.
다시 신어 본다.
그래도 쫄린다.
너무 쫄려. 살쪘나?
건조기 돌려서 양말이 쪼그라들었나?'
다시 발가락을 넣어본다.
여전히 쫄린다.
양말을 벗어서 찬찬히 살펴본다.
이런.
왼발 오른발이 바꾸어 신고 있었다.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 보다 큰데
그걸 자세히 살피지 않고
계속 작은 구멍에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방법을 바꾸지 않은 채 똑 같은 걸 반복하면서 고쳐지길 바라지 말라고.
어디 명언이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뭔가 안되고 있을 때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지 않고 같은 짓을 여러 번 반복하곤 했다. 이번에만 뭔가(특히 내가 아닌 상대방, 물건, 기계가) 이상해서 그런 거지. 매번 같은 방식으로 했는데 왜 이번에만 안되는 거지? 그럴리가 없는데? 라며 전과 똑같이 그대로 기존의 방법으로 다시 해본다. 실패를 했을 때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꽤나 나이 들어서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로는 뭔가 안되었을 때 이게 안되면 조금이라도 약간이라도 변형을 줘서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한다. 사실 그 차이는 크지 않고 작은 편이고 각도를 조금씩만 바꿔도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태도가 나에게 완전히 체화된 건 아닌지, 아니면 나를 과신하는 게 좀 더 커서 그런 건지 우선은 3~4번은 내가 했던 그대로를 다시 시도해 본다. 상대방이 틀렸을 수도 있는데 3~4번 정도는 해볼 수 있는거 아닌가 라며 합리화를 시켜본다. 그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패나 실수를 했을때는 최대한 생각을 유연하게 바꿔서 여러가지를 해보자.
필라테스 양말을 신으려다 양말을 찢을 수는 없지 않나.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