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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Nov 15. 2024

수면 교육

제대로 배웠을까. 그게 무엇이든.

 아이들과 잠들면서 문득. 수면 교육이 필요한 건 오히려 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즈음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육아 트렌드 중 하나가 수면 교육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잠드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졸리지만 잠을 못 자서, 말을 못 해 우는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잠을 청할 수 있는 법을 알려 주는 게 수면 교육이었다. 한 번 잠드는 방법을 알게 되면 아이는 그 방법을 이용해 다시 잠들려고 할 테니 안아서 재워주는 걸 지양하고 누운 채 혼자 잠들게 해 주는 게 포인트. 수면 교육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엄마의 수면의 질과 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혼자 잠드는 법을 알게 되면 자다가 깨서 칭얼거려도 금세 혼자 잠을 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맘 때 비슷하게 아이가 자다가 울 때마다 바로 반응해 주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아이가 정말 잠이  깬 게 아니라 자다가 잠결에 칭얼거릴 수가 있는데 그때 가만두면 알아서 잠들 수 있는데 괜히 안아 들었다가 잠이 옴팡 깨면 다시 재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보통 수면교육이라고 하면 아이가 울든 말든 관심을 주지 않고 울리면 아이가 잠든다고 하고 따로 재우라고 하고 그런 식이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모른 채 약간은 주입식 수면교육방법이랄까. 한참 울더라도 울게 놔두라고. 울어도 가만두면 알아서 잠든다고.  그래서 아이가 우는 게 애처로운 사람들은 너무 냉정한 교육법이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 아이가 울거나 안기고 싶으면 충분히 안아주라고. 아이가 나에게 와서 안길 시간이 얼마나 많겠냐고 했었지. 하지만 수면교육을 시키는 이유나 원리 같은걸 조금 생각해 보면 운다고 마냥 방치하는 것도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요즘 트렌드는 또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그랬다. 물론 나도 잘하진 못했다.


 항상 처음은 서툴다.


 둘 다 똑같이 키웠지만 첫째는 잠드는데 시간이 꽤 필요한 반면, 둘째는 머리를 대고 10초? 길면 5분? 정도 말을 안 걸면 잠이 든다. 이 아이의 수면교육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사실 둘째에게 내가 무언가를 가르친 적은 없던 것 같다. 첫째 재울 때 같이 옆에 누이고 우선 첫째를 먼저 재웠던 것 같다. 이가 날 무렵에는 둘째만 안고 거실을 서성인 적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둘째를 재웠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같이 잠들었다. 아이는 어떻게 잠드는 법을 배운 걸까. 처음엔 그저 신기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수면교육을 못 받은 건 난가 싶다. 나는 아직도 잠들지 못했는데 아이는 어쩜 이렇게 잘 자는 거지. 나는 아직 잠드는 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잠드는 방법이라는 게 사실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이 들면 자동으로 몸과 머리가 잠이 드는 것 같다.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 조금 늦은 편이긴 하지만 항상 같은 시간에 자리에 눕는다. 가끔 자유부인이라고 밖에 나가 놀다가도 그 시간이 오면 눈이 감기고 졸려서 정신이 없다. 여하튼 정해진 시간에 눕고 눈을 감고 나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까무룩 잠이 드는 것 같다. 가끔 무서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오기 시작하면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잠이 들 수 없지만 보통은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드는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게 아무래도 머리를 쓰는 일이다 보니 눕자마자 잠이 드는 건 아닌데. 생각이 옅어지고 잠에 빠지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나. 그런데 둘째를 보면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을 감지 않고 말을 거면 계속 이야기를 하며 잠이 안 들고 버티기도 한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바로 약하게 코로 숨 쉬는 소리와 함께 잠이 든다. 잡고 있던 손을 살짝 빼주어도 움직이지 않으면 잠에 빠진 게 확실하다. 그럼 아직 잠들지 않은 첫째와 부러워하며 잠을 청한다. 혹시 피곤한 날에 둘째 낮잠을 재우고 싶을 때도 조용히 같이 눈감고 조용히 있으면 얼마 안 있다가 잠에 빠지고 만다. 눈을 감으면 생각도 같이 꺼버릴 수 있는 걸까. 그건 잠드는 습관일까. 첫째는 잠이 드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무척 힘들게 굴리고 난 날에는 바로 기절하지만 보통은 시간이 꽤 걸린다. 아마도 나처럼 생각이 많아서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것 같다. 잠이라는 게 아무래도 뇌가 쉬는 순간이기 때문에 생각을 그만 떠올려야 비로소 잠이 드는 것일 텐데. 너무 궁금하다. 잘 시간이어서 눈을 감으면 생각도 꺼지고 뇌도 off 되는 건지. 잡다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건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건지. 흰 도화지 같던  뇌가 아주 아기일 때 그렇게 세팅이 돼버린 건지. 그래서 나이 들어 자라나서도 머리만 대면 잘 수 있게 되는 건지.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어떤 걸까. 눈을 감고 잠에 들자. 글로 쓰면 간단하지만 실제 내 머릿속은 혼란하다. 12-7을 할 줄 알면 42-17은 쉽게 할 줄 알았는데 더 혼란하다. 그래도 차라리 지식과 기술은 하나하나 풀어헤쳐서 설명해 줄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습관이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내가 책과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을 만나며 배웠던 감정에 정답이 있을까. 게으름을 부리는 상황과 성실하게 일을 하는 부분에서 무슨 차이가 있어서 다르게 행동하는 걸까.  설거지를 하다가도 온 손가락에 생채기를 나는 덤벙거림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며 배우고 행동했던 것들이 정말 옳은가. 


 나는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아이에게 잠드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따른 행동을 가르쳐야 하고 배워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게 사실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우선 내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배웠던 것들을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제대로 배운 걸까. 또 혼란스러워진다. 40살이 되고 불혹이 되면 흔들리지 않고 혹하지 않는다는데. 왜 나는 아직도 나에 대해 계속 불안하고 의문이 드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작동방식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결과만 같다고 내가 아는 방법이 맞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귀납적 추론은 반례가 나오면 무너지게 되어있는데, 아직 검은 백조를 찾지 못해 내 편견과 선입관을 굳히고 있는 게 아닐까. 


 언제쯤 내 생각과 내 배움을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2024.8.19/11.14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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