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일
2023.12.02(토) 병원에서 '또' 펑펑 울다
톤톤아 지금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2번째로 장만한 집이란다. 12평 남짓 빌라에서 시작해서 결혼 5년 만에 마련한 24평 아파트란다. 살기 좋으면서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을 찾아 장만하다 보니 연고도 없는 수원까지 오게 되었고 너의 친가, 외가 모두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단다.
그러다 톤톤이 네가 우리에게 찾아왔는데 엄마 아빠 둘이서만 너를 키우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그래서 이 집은 전세를 주고, 외가 쪽으로 새로 전세를 얻어 이사 가기로 결심했단다. 적어도 5년 이상은 살 생각으로 정말 예쁘게 인테리어를 했었는데 이 집을 두고 가야 하니 엄아 아빠에게는 꽤 큰 결심이었어. 그래도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우리 톤톤이를 봐줄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상주해 있다는 건 큰 위안이 되는 일이니까 결국 이사를 가기로 했지.
생각보다 전세가 안 나가서 마음고생을 했는데, 오늘 딱 연락이 온 거 있지? 드디어 집이 나갔다는 안도감은 잠시,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하더라. 100일도 안 된 너와 함께 이사를 가야 하는데, 아직 태어난 지 10일도 안 된 너를 안고 있다 보니 엄마가 너무 대책 없이 이사 계획을 세웠나 싶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
분명 기쁜 소식인데 전날 엄마가 수유콜을 받고 늦게 올라가 불친절한 간호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받고 직수에 실패해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그랬는지 순간 더 패닉에 온 거 같아. 부동산에서는 가계약금, 계약일 때문에 계속 전화를 주는데 엄마 머릿속은 뒤죽박죽 불안감만 커지고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네. (돌아보니 이게 산후우울증 증상인가 싶다)
그렇게 대책 없는 엄마 스스로를 질책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데 다행히 아빠가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 모르고 무서운 일 투성일 테지만 둘이 함께 알아가며 헤쳐나가 보자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너무 앞서 나가지 말고 부담 가지지 말라고. 지금은 엄마의 건강 회복만 신경 쓰고 육아는 점점 배우면 된다고. 산후도우미까지 잘 신청해두지 않았냐고." 라며 다정하고 힘이 나는 말을 많이 해줬어. 아빠 덕분에 많이 진정하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그리고 너도 속싸개를 풀어주니 아빠 새끼손가락을 딱 잡고 예쁜 표정을 지어 엄마를 위로해 주더라. 아빠와 톤톤이 너에게 참 고마운 하루야.
우리 세 사람, 앞으로 행복하자.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