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3일
2023.12.30(토)
아빠는 어제 올해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단다.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고 자유 시간을 누리고 왔어도 몰랐을 텐데 바로 집으로 왔더라고. 참 성실한 사람이야.
게다가 이날은 너의 잠투정이 심상치 않아 아빠는 꼼짝없이 너를 들쳐 안고 어르고 달랜다고 녹초가 되어버렸더라고. (저 인형이 저러려고 산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생각해 보면 아빠는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육아 출근을 하는 셈이니 엄마 못지않게 굉장히 피곤하겠다 싶어 짠해진다.
오늘은 네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 외출을 하는 날이었는데 함박눈이 내리는 바람에 아빠가 호들호들 떨면서 운전을 했어. 길이 미끄러워서 그런지 급제동하게 된다며 잔뜩 긴장을 하더라고.
사실 엄마는 아빠를 만난 7년 동안 아빠가 운전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네가 이 글을 볼 때쯤이면 어느 정도 운전을 잘하게 될 테니 상상이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여하튼 아빠는 그 정도로 운전을 싫어하는데 이렇게 눈 오는 날 너를 태우고 운전을 한다니 너를 굉장히 사랑하는 게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