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의자와 테이블

설렌다 | 언젠가 바닷가에서 쓸 날을 상상하며

by 날찌

재작년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던 때 였다. 너무 오랜 재택으로 답답해지곤 하면 나는 팀에 양해를 구하고 바닷가로 워케이션을 가곤 했다. 주로 강원도 바닷가의 숙소를 잡아 워케이션을 떠났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곳은 강릉의 송정해변의 울창한 송림이다. 주로 이 송림 옆에 있는 숙소를 잡아두고 일을 하다 지치면 송림 숲을 따라 산책하거나 달리기를 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돌봤다.


한 번은 소나무 아래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도록 워케이션을 주관한 단체에서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제공해줬는데 엄청 색다른 경험이었다. (비록 바닷바람이 너무 거세 1시간도 안돼 다시 실내로 들어왔지만) 그리고 간혹 산책을 하다보면 캠핑 의자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멋진 노부부를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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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기억이 강렬해서일까? 작년에 이 캠핑의자와 테이블을 구매해 볕 좋은 날 베란다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며 조만간 바닷가로 가 그때 봤던 멋진 노부부처럼 시간을 보내겠다 설레는 마음을 품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이 캠핑의자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직을 맡아 바닷가로 갈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로망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에 이사한 집 전망이 매우 좋아서 창가에 이 캠핑의자와 테이블을 슬며시 펼쳐 놓아보았다. 바닷가는 아니지만 야경을 바라보며 신랑과 이 테이블에서 육퇴 후 맥주 한 잔 마시는 기분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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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의 캠핑 의자도 하나 마련해 같이 바닷가로 놀러갈 상상을 해보본다. 벌써부터 너무 설렌다. 아이는 캠핑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아니면 캠핑 의자를 내팽개치고 모래 놀이를 하고 있고, 저희 부부는 그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웃기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바닷바람을 맞을 날. 그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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