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찌 Mar 20. 2024

바운서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너를 보며

생후 101일

2024.03.07(목)


너는 평소에는 순한디 순한 아기라 혼자서도 잘 놀고 엄마아빠 얼굴만 봐도 배시시 웃는데 배가 고프거나 졸릴 때면 크게 울며 몸을 비트는 아기 맹수가 된단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요새 최대한 수유기록, 수면기록을 꼼꼼히 남겨서 지금쯤 배고프겠구나 아니면 졸리겠구나 예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다행히 이 데이터(?) 덕분에 네 요구사항(?)을 꽤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네가 울기 전에 먼저 대응해 줄 때가 많아졌다. 물론 가끔은 그 패턴에서 벗어날 때도 있어서 가능한 레이더를 켜고 네가 원하는 걸 최대한 빠르게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간혹 화장실을 급하게 가야 한다거나 분유제조기 부속품을 씻고 꽂아두지 않아 너를 기다리게 할 때가 있는데 어제가 딱 그랬단다. 잠시 자리를 비울 동안 너를 바운서에 앉혀뒀는데 분유를 가져와보니 네가 어느새 바운서 밑에 쭈우욱 내려와 있더라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기기도 하면서 앞으로 너에게서 눈을 떼면 절대 안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구나 싶어 걱정도 되더라. 심지어 아빠는 네가 바운서에서 뒤집기 시도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달려갔다고.


앞으로 뒤집기를 시작하면 “잠깐만~”하고 자리를 비우는 건 절대 하면 안 되겠지. 너의 안전을 점점 더 신경 써야 되겠다. 지금까지 처럼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렴.

매거진의 이전글 백일잔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