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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May 30. 2022

요가하러 발리 오길 잘했다

요기들의 성지 우붓에서의 첫 요가 - 요가반(The Yoga Barn)

요기들의 성지 우붓


한 달의 휴직 기간 동안 가장 집중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요가였다.

요가원은 나의 놀이터


처음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다분히 충동적인 이유에서였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정말 숨도 못 쉬겠던 날이었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뭐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회사 근처 출퇴근하는 길목에 요가원이 하나 있었는데 요가는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이라고 단단히 착각을 하고, 조금은 숨 쉬기 편해질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들어가 첫 수업을 들었던 게 시작이었다. 요가는 아주 정적이라고 단단히 착각을 하고 들어간 셈이다.


호기롭게 들어가 결제부터하고 처음으로 들어간 수업은 다행히(?) 가장 난이도가 낮은 수업이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밤늦게 퇴근해 배달음식과 맥주 두 잔씩은 거뜬히 클리어했던 시기여서 살은 찔 대로 쪄 있었고 체력은 바닥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여유 속에서 나는 혼자 땀을 뻘뻘 흘렸고 호흡 곤란으로 거의 저승 문턱까지 다녀온 기분이었다. 숨 좀 편하게 쉬러 가볍게 들어갔다가 호되게 당한 느낌이었다.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은 야속했지만, 알 수 없는 개운함이 따라왔다. 요가 동작과 호흡을 따라가기 바빠 잡생각이 싹 사라졌고, 잡생각과 함께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진 덕분이었다.


그리고 운동하고 난 뒤 거울에 비친 발그레한 얼굴이 참 보기 좋았던 것 같다. 개운하고 생기가 도는 느낌. 그렇다 그 느낌이 나를 계속 요가에 빠지게 만들었고, 나를 요기들의 성지라는 발리 우붓까지 오게 만들었다.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요가원, Yoga Barn


우붓엔 요가원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 Yoga Barn이다. 이제 막 6개월밖에 안된 요린이인데다, 외국에서 듣는 첫 요가라 그래도 상대적으로 프로그램과 시간대가 다양한 이곳에서 수업을 받아보기로 했다. 수업은 1회, 3회, 5회, 10회, 20회 단위로 결제할 수 있고 7일, 30일 무제한 수강권으로 들을 수도 있는데, 다른 요가원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5회만 끊기로 한다.


첫 번째 수업 : Intro to yoga (by Noel)


휴직을 하고 2주 간 쉬었던 터라 첫 수업은 'Intro to yoga'로 시작했다. Intro 수업이라 그런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2명의 친구, 2쌍의 커플 그리고 나. 긴장되는 마음으로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가장 유명한 요가원인만큼 사람이 많다보니 매트의 위상상태가 별로라는 리뷰를 본터라 개인 매트를 챙겨갔는데, 공용 매트도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았다.


강사 Noel이 들어오자마자 이름/국적/요가경험을 물어봤다. 외국에서 그것도 요가의 성지에서 하는 수업은 어떨까, 못 알아듣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설레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수업을 할 때 취해야 할 자세를 한국식 별명과 산스크리트어 두 가지 방법을 섞어가며 사용해주셨던 덕에, 강사의 자세를 직접 보지 않아도 구령에 맞춰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다.


아 좋다, 오래간만에 몸이 두둑 풀리는 이 기분 좋은 느낌. 충분히 에너제틱했다. 잘했어!



두 번째 수업 : Hatha yoga (by Nadine)


요가원의 규모가 크다 보니, 모든 수련실 앞에는 별도의 리셉션이 있고 수업 30분 전부터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는다. 첫 번째 수업 때와는 다른 수련실이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좀 더 밝고 따뜻한 분위기라 온실 속에서 요가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좀 많이?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엔 꿈도 못 꿀 일인데, 정말 다닥다닥 붙어 매트를 깔았다.


Hatha yoga는 처음이었는데, 몸을 이완해주는 동작이 많아서 찌뿌둥한 몸을 조금씩 천천히 깨우는 느낌이 좋았다. 동작도 그렇게 생소하지는 않았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동작들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소프트한 동작이 많은 수업이라고 해서 오후에 다른 수업도 들을 계획이었는데 오후가 되면서 급 몸이 피로해져 숙소에서 푹 쉬기로 했다. 짧은 여행이었다면 아등바등 억지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기간도 넉넉하고 쉬고 싶을 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로 결심한 터라 온전히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세 번째 수업 : Gentle yoga (by Tanya)

 

생리를 시작한 지 3일이 되는 날이었다. 사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갑자기 몸이 나른했던 건 생리 때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하고 일에만 몰입하다가 생리가 시작된 걸 뒤늦게 알아차려 항상 뒷수습에 골치가 아프곤 했는데, 발리에 오고나서부터는 하루 종일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서일까 생리가 시작되기 전에 쉬어야 하는 타이밍을 잘 찾을 수 있어 기뻤다.


나는 생리 회복이 빠른 편이어서 3번째 날부터는 컨디션이 다시 좋아지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요가원으로 길을 나섰다. 사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거의 경보를 하다시피 걸어갔다. 수련장 앞에서 수업 신청을 하자마자 비가 제법 거세졌다. 이제 90분 동안 실내에서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요가에만 집중하기만 하면 되겠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련장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수업은 컨디션과는 무관하게 아직도 생리 중인 내 몸상태를 고려해 말 그대로 점잖아 보이는 Gentle yoga를 선택했다. 분명 익숙한 동작인데 새로운 느낌이었다. "조금 더 soft 하게 조금 더 gentle 하게" 주술처럼 속삭이며 수련장을 돌아다니는 Tanya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동작 하나하나가 뻣뻣하지 않게 최대한 움직임을 부드럽고 천천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다른 때보다 몸이 예열되는 속도가 완만하게 올라가고 같은 속도로 쿨다운도 천천히 진행되었던 것 같다. 몸은 충분히 따뜻해졌고 마음은 고요하고 차분해졌다. 높은 심박수에 이르렀을 때 사바아사나(일명 시체자세)를 하면서 단시간에 쿨다운을 하고 났을 때의 개운한 느낌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원래 사바아사나는 내 몸이 가장 편한 자세를 찾고 의식적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편안한 호흡으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인데, 이날은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비소리와 바람에 흔들리고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가 나의 관심을 이끌었다. 잠시 그 소리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아 좋다. 이래서 발리로 요가하러 오는구나.


Inhale Inhale Inhale Exhale Exhale Exhale

멀리서 선생님의 주술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하고 다시 나 자신에게 집중해본다.


수업이 끝나고 비가 더 멈추길 기다리며




네 번째, 다섯 번째 수업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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