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찌 May 31. 2022

발리엔 요가 종류가 이렇게 많아요?

수업 고르는 재미가 있는 - 요가반(The Yoga Barn)

우붓에서 가장 요가원인 요가반(The Yoga Barn)은 수업과 난이도가 다양하게 짜여 있어서 시간표를 보며 어떤 수업을 들을지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제 5회권에서 남은 2회를 어떤 수업을 들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익숙한 Vinyasa(빈야사)와 가장 새로운 명상(Meditation)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네번째 수업 : Vinyasa (Slow) (by paul)


한국에서 가장 즐겨듣는 수업은 Vinyasa 였는데, 반복되는 시퀀스를 물 흐르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편이라 도구를 쓰는 수업보다는 몸 하나만을 이용하는 수업을 좋아하고, 특히 Vinyasa의 경우 반복되는 시퀀스를 최소 10회 이상 쉬지않고 하다보니 어느새 깊게 몰입해 명상과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요가라 즐거운 마음으로 신청했지만 Slow가 붙어있는 수업 이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수업은 아닌지 긴장되는 마음은 여전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수업이 길어봐야 60분 정도인데, 발리에서는 대개 90분 동안 진행하기 때문에 과연 내가 끝까지 잘 집중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초조하게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그 날 수업은 요가반에서 가장 큰 수련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서 몰려드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거의 50명이 넘는 인원이 수련장을 가득 메웠고, 처음 잡았던 자리에서 조금씩 매트를 옮겨가며 다른 사람들과 간격을 다시 맞춰야했다. 이 많은 인원이 일제히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얼마나 장관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 수업이 시작되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속도로


역시 어려웠다. Vinyasa slow의 slow는 쉬워서가 아니라, 아사나 하나하나를 '천천히' 하기 때문에 붙는 이름이다. 그리고 한 움직임에 최대한 한 숨을 쉬는 걸 권장하는데 나는 아직 길~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게 어려워, 한 동작을 천천히 유지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자꾸 짧아지는 숨에 맞춰 동작도 짧아져버리곤 했다. 호흡을 조금씩 길게 늘려가려고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거친 숨소리


그 와중에 들리는 거친 숨소리에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져 몸이 기우뚱 했다. 궁금한 마음에 시선을 돌려보니 바로 오른쪽에 꽤 연세가 있어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엄청난 숨소리를 내며 엄청난 집중력으로 아사나를 이어나가고 계셨다. 때마침 힘이 많이 들어가는 동작을 하고 계셨는데 거친 숨소리와는 다르게 움직임이 매우 우아하다. 나도 모르게 "와 멋있다" 육성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순간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입을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나를 향해 할머니는 아주 쿨하게 윙크를 날려주셨다.


순간 당황했지만 나도 찡긋 웃어보이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아사나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할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나도 저렇게 나이들어가야지. 내 몸을 가꾸고 들여다보고. 불편하게 텐션이 오는 곳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마주하고 알아가고 대화하고.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타이트해질 내 몸을 때로는 그냥 받아들이고 아끼며 그렇게 나이들어가야지."


세상에서 제일 편안했던 사바 아사나


무사히 80분의 요가를 마치고 사바 아사나 시간이 돌아왔다. 항상 기다려지는 시간이지만, 이날따라 기대가 됐던 건 바로 오늘의 강사가 paul 이었기 때문이다.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그렇게 많이 등장하던 'the paul'. 그의 수업이 유명한 이유는 그의 밝은 기운과 중간중간 재미있게 던지는 센스있는 농담 덕도 있지만, 사바 아사나 때 들려주는 기타 연주 때문이 가장 크다. 나도 한껏 기대를 안고 매트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멜로디를 서너개 들려주었다.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사바 아사나였다.


그리고 연주를 하는 동안 paul이 해준 말이 있는데, 발리에 오기 전 나의 상황이 오버랩 되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두려움을 만나면 도망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충분히 질문을 해보세요.
그런 뒤 선택해보세요.
계속 나아가거나, 그냥 놓아주고 또 다른 기회를 만나거나.


불과 몇 주 전의 내가 마주했던 두려움과 그 두려움에 맞서 나 스스로에게 던졌던 수많은 질문들이 생각났다. 나는 결국 휴직이라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이 수련장에서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함께 우붓의 바람을 만끽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없이 그 선택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온 발리인데, 그렇게 아등바등 또 책임이라는 생각에 갇히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편안하게 보내라고 토닥토닥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기분좋은 Paul의 기타 소리에 집중해본다.




요가반에서의 마지막 수업은 명상으로 선택했다.


나의 첫 불교식 명상법 : 수식관


내가 기억하는 첫 명상은 불교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교 때 들었던 교양수업에서였다. 교내 위치한 법당에서 가부좌를 튼 상태로 수업은 진행되었고, 교수님은 일단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들숨과 날숨에 속으로 숫자를 하나씩 세어보라는데, 1에서 9까지 센 뒤 10은 세면 안되고 다시 9에서 1까지 거꾸로 세라고, 그리고 다시 1에서 9로 반복해서 수를 세라고 했다. 처음 1분은 별 어려움 없이 숫자를 셀 수 있었다. 그런데 자꾸 잡생각이 올라와 어느새 12를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1부터 시작해도 한 번 흐트러진 집중력에 나는 계속 10 이상을 세고 있길 반복하며, 이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싶었던 것 같다.


나중에 요가를 시작하고 찾아보니 이날 내가 경험했던 명상은 호흡에 수를 결합하는 호흡 명상의 한 방법인 '수식관', 쉽게 말해 '수 세기' 명상법이었다. 호흡을 정리하는 데 간단하면서도 금방 집중력을 올리는데 꽤 효과가 좋아, 요가 수업 전후에 호흡 정리를 위해 이 명상을 즐겨하는 편이다. 어플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명상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다섯번째 수업 : Crystal bowl meditation


마지막 수업을 명상으로 선택했는데, 여러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하는 명상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풍경 소리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Crystal bowl이 주는 소리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비단 전날 등산에 버금가는 Divine Trekking 을 다녀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쉬고 싶었던 건 아니다 엣..흠)


처음 보는 수련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리셉션 뒤에 수련실이 있었구나 신기해하며 지하 같이 어두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너무나 발리스러운 풍경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요가반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수련실


수련실 앞 쪽에는 크리스탈볼을 비롯한 악기들이 있었다. 악기가 있는 공간을 둘러싸고 부채꼴 모양으로 매트가 이미 몇개 깔려 있었다. 나도 적당한 자리에 매트를 깔고, 크리스탈 볼을 구경하러 앞으로 나가보니 크리스탈 볼 말고도 여러 악기들이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명상에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고 어느정도 awake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담요를 2~3개씩 챙겨와서 편~안한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냥 쿠션 하나를 들고와 척주뼈를 그 위에 올리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찾아 누웠다. 드디어 세션이 시작됐다. 그리고 음... 사실은 중간 중간에 들렸던 기타 선율을 제외하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정말 그냥 그렇게 잠이 들어 버렸다. 깊은 명상을 넘어서 아예 잠에 들어버린 거다. 깊은 숙면이야말로 진정한 명상 아닐까? 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나는 그냥 계속 수 세기 명상을 애용하는 것으로 ㅎㅎㅎ.




Yoga barn은 규모가 큰 만큼 방문객이 많다보니 실망했다는 후기도 꽤 많아서 마지막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했던 곳이지만, 5회권을 끊고 다양한 국적의 강사와 수련생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경험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다. 우붓에서 처음 요가를 시도해보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곳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첫번째부터 세번째 까지의 수업 내용이 궁금하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하러 발리 오길 잘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