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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Jun 20. 2022

 Manner Maketh Swimmer

같은 레인에서 여럿이 수영할 때 생기는 일

아직 아침 수영은 부담스럽고 6시 이후 가자니 저녁 먹기가 많이 애매해져서, 재택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출근을 최대한 앞으로 당기고 4시에 퇴근해서 4~6시 사이에 자유수영을 다녀보기로 했다.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겠지라는 야무진 생각을 가지고 수영장을 갔는데, 이 시간대의 주 고객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어린이들. 하교 후 수영강습을 받으러 온 초등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강습을 받고 있었다.


남은 레인은 20M 2개. 이미 한 사람씩 레인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허리에 부표 띠를 매고 열심히 발차기 연습을 하는 분과 같은 레인을 썼다가는 계속 부딪힐 것 같아서 그 옆 레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나와 속도가 비슷하신 분이어서 부딪힘 걱정 없이 신나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4시 어린이반 수업이 끝났는지 어린이들이 옆 레인에서 공 놀이를 하면서 우리가 연습하는 레인까지 공이 넘어오기 일쑤였다. 그 공을 주으러 레인을 넘나드는 아이들 때문에 종종 수영을 하다가 멈춰서야 했지만 아이들이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아이들이니 그럴 수 있지의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수영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나와 같은 레인을 쓰시던 아주머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진심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무라시더니, 안전요원에게도 여러 차례 항의했다. 화가 많이 나셨네 싶었다.


아주머니 입장에서 화가 날만도 하지 하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그럼 그럼 하면서 나는 나만의 수영을 계속했다. 내가 곧 저 아주머니처럼 열폭할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나는 워낙 배영 영법을 싫어하는지라 오늘도 의무적으로 바퀴수를 되뇌며 없는 힘을 쥐어짜 돌고 있는데, 이 수영장은 이제 고작 6번째라 아직까지 천장만 보고 레인의 끝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타이밍을 몇 번이나 못 잡고 손 끝이나 머리가 레인 끝에 부딪히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다 이번엔 딱딱한 벽이 아니라 폭신한 무언가에 손이 닿았다. '음 뭐지?' 하고 일어나 보니 수영을 하는 사람이 진입하는 방향에서 팔을 대자로 벌리고 째려보고 있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차차 방금 그 폭신한 느낌은 이 아주머니의 배였구나' 습관적으로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뭔가 찝찝한 이 느낌...


수영하는 사람들만의 불문율이 몇 가지 있는데

1.  따라오는 사람이 나보다 속도가 빠르면 먼저 보내고  따라간다.
2. 평영으로 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능하면 평영 발차기를 작게 하거나, 자유형이나 접영 발차기로 대신하면서 상대를 발로 차는 일이 없도록 유의한다.
3. 레인에서  때는, 수영으로 진입해서 들어오는 방향은 최대한 비워둔다.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면 가능한 가운데를 비우고  옆에  달라붙기도 한다)


그제야 밀려오는 억울함...(?) 레인 끝에서 대기 중인 사람은 아주머니 한 사람이었는데… '아주머니, 배영으로 진입하는 사람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조금만 비켜주시지 뭘 그렇게 째려보시기까지 할 일인가요!'...라고 육성으로 말하지는 못했다. (이미 출발해버린 뒤...라고 하기엔, 사실 출발 안 했어도 포스 넘치는 저 아주머니 앞에서 이 얘기는 못했을 것 같다. 허허허)




한편으로 아주머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유수영 레인에서 배영으로 레인 끝까지 멈추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 내가 비매너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피하실 수도 있는 걸 '이번 기회에 매너를 가르쳐야겠어'라는 생각에 일부러 비켜주지 않으신 걸지도?


나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수영장이라는 사정이 있었지만, 같은 레인을 쓰는 사람에게 개개인의 사정을 모두 이해해달라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그래도 조금만 너그러울 수는 없는 걸까? 


이제 막 수영을 시작한 내 지인은 내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수영장의 기본 매너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도 알려주는 이가 없으니 당연한 거다. 이제야 알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며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자기를 째려봤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면서 그동안은 자기에게 텃세를 부리는 줄만 알았다고 한다. 내 지인은 워낙 씩씩한 사람이라 그런 상황을 개의치 않아하기는 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경험이 수영은 재미없는 거, 수영장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곳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알고도 매너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만 어떻게 알 수 있으려나...) 


화부터 내기보다 서로 배려하며 기분 좋게 수영하는 것도 일종의 매너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일단은 나부터 솔선수범하며 즐겁게 수영하자


Manner Maketh Man Swimmer




2022년 4월 19일 (화요일)

오늘의 수영

총 시간 : 37분 04초
거리 : 820M (20M * 41랩)
오늘도 체지방 버닝존에서 20분 이상 유지!



사진출처 : https://theuranus.tistory.com/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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