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킥과 출수킥
어릴 때 부터 접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유난히 상체 근력이 약하고 하체가 튼실한 소음인 체질이라는 핑계(?)로 접영은 나에게 무리야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영을 워낙 오래 했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수반에서 수업을 들었었는데,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예쁜 접영 자세를 유지하면서 레인 끝까지 가 본 적이 없어 항상 혼이 났던 것 같다. (특히 오리발을 끼지 않고 접영을 한다는 소리만 들으면 항상 맨 뒷 줄에 서서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런데 요 몇일 자유수영에서 접영하는 분들을 보게 됐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근거없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음... 근데 어떻게 하는거더라? 막연함에 유튜브에서 '접영' 키워드를 입력했다. 정말 수~많은 접영 팁 영상이 조그만한 핸드폰 속에 넘쳐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생각보다 많은 수영채널, 수영크리에이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컨텐츠의 질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간단한 검색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자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접영 관련 영상을 10개 넘게 볼 때 쯤에서야 접영은 상체 근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수영을 처음 접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 입수킥과 출수킥.
접영을 할 때에는 총 2번의 킥을 차게 되는데 2개의 킥은 입수킥과 출수킥으로 나뉘고, 입수킥은 수면에서 출수킥은 물 속에서 차는 거라고 한다. 연수반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렇게 찼던 거 같기도 한데, 20대가 되고 나서부터 가끔식 수영장을 가서 시도해본 접영 자세을 돌이켜보면 입수킥만 2번을 차면서 접영을 했던 것 같다. 몸이 위로 떠오르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몸을 밀어내는 힘을 만드는 출수킥이 필요한데 입수킥만 차댔으니 몸과 팔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수면을 쓸어내면서 꼬르륵 물을 먹기 일쑤였던 거다. 이 간단한 원리를 이제서야 알게 됐다니, 유튜브 정말 소중하다.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진짜 될까 궁금한 마음에 조금 창피하지만 직접 수영장에 가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근데 이게 습관이 되어놔서 출수킥이 잘 안 된다. 출수킥을 해야하는 타이밍인데 왜 자꾸 엉덩이가 뜨는거지? 웨이브에 신경을 쓰다보니 타이밍이 더 꼬이는 것 같아, 이번에는 킥에만 집중해보기로 한다. 수면 위에서 뻥, 수면 아래서 뽝! 두어번 반복하다가, 출수킥이 수면 아래에서 차지는 느낌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몸이 부웅 뜨는 느낌이 들었다. "어? 이건가?" 다시 한 번 발차기에 집중해서 수면 위 한 번, 수면 아래에서 한 번 킥 하고 몸통을 45도 각도로 내미니 역시 부웅 떠오르는 느낌이 났다. "오 신기해!!!"
순간 느꼈던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반바퀴를 더 돌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내친김에 옆으로 숨을 쉬는 한팔 접영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한팔 접영을 시도해봤다. "와 부웅 올라간다!" 너무 신나서 한숨 고른 뒤 양팔 접영을 시도해본다. 몸과 팔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큰 힘 들이지 않아도 몸이 붕 뜨다니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붕 뜨는 느낌이 2번 이상 가지는 않았다. 체력이 달려서 일수도 있고, 킥 이외 글라이딩(a.k.a 물타기)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한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나. 오늘은 출수킥의 감을 익혔다는 기쁨은 온전히 누려보기로 한다.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오늘의 수영
총 시간 : 46분 04초
거리 : 850M (25M * 34랩)
평균 심박수 : 144BPM
Photo by Maksym Tymchyk ��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