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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Jun 18. 2022

4일 야근 후, 수영은 꿀맛

숨 쉴 곳을 찾아서

나는 일을 하다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운동도, 밥도 다 필요 없고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몇 날 며칠을 붙잡아서 이걸 풀어야지만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4일 간이 그러했다. 점심 챙겨 먹을 겨를도 없이, 수영장 갈 여유도 없이 일에만 초집중하고 나면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저녁 몇 숟가락 뜨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는 생활의 반복. 그리고 5일째 되던 날, 드디어 마음속 짐이었던 업무를 상당히 덜어내고, 퇴근시간을 조금 넘긴 6시가 되어서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맥주 한 캔에 치킨을 뜯으며 컴퓨터 대신 TV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있었겠지만, 이제 나에겐 수영이 있다. 마침 목요일엔 7시 넘어서도 자유수영 레인이 있기 때문에 후다닥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강습처럼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게 아니니, 내 일상에 약간의 변주가 생겨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조율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자유수영의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왜 이렇게 자유수영의 장점을 늦게 알아차렸을까 아쉬울 정도다.




오늘은 지난번에 알게 된 심박수 구간을 제대로 맞춰보기로 다짐했는데, 그러기 위해 평소와 달리 특히 2가지를 더 꼼꼼히 준비했다.


1. 준비운동

4일이나 컴퓨터 앞에서 굽어진 어깨를 다시 펴고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을 꼼꼼히 해야한다. 자유수영을 하게 되면 혼자서 준비운동을 하는 게 꽤나 부끄러워 나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준비운동을 스킵하곤 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꼼꼼히 온몸의 근육을 깨웠다. 나 이제 물에 들어갈 거라고. 놀라지 말라고.


2. 수경 습기 제거

준비운동 못지않게 수경의 습기 제거도 꼼꼼히 챙겼다. 지난번 수영 때 수경에 습기가 계속 차는 바람에 자꾸 멈춰 설 수밖에 없었는데, 많이 멈출수록 흐름도 깨지고 심박수 유지도 어려워진다. 오늘은 까먹지 않고 물이 묻지 않은 상태의 수경에 샴푸를 조금 짜 넣고 문질문질 해둔 다음, 샤워를 하고 수경의 거품을 물로만 헹궈내 제대로 습기 제거에 대비했다. (요즘에는 안티포그 제품을 별도로 구매하는 추세던데, 어릴 적 수영할 때는 그런 게 없어서 모두들 샴푸를 애용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 샴푸칠을 까먹으면 침을 뱉어 문질문질하기도 했지만 샴푸만 한 게 없다)


샴푸의 효과는 확실했다. 덕분에 수경을 벗었다 다시 끼는 시간도 줄어들어, 조금 더 심박수에 집중해 체지방 버닝 존이라 불리는 구간을 내내 유지할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앞선 세 번의 수영 거리보다 100M나 더 돌았다.


하지만 재미있을수록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새로운 운동에 재미를 붙일 때쯤이면 부상을 입어  달이고  달이고 운동을 쉬어버리고 또다시 과욕이 부른 부상에 우울감에 빠져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오늘처럼 어둡고  터널을 지나왔을 , 편히   곳이 필요해서 수영하는 거니까.


즐길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보자.




오늘의 수영 로그

총 시간 : 42분 10초
거리 : 720M (20M * 36랩)



Photo by Beth Jn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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