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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Jun 28. 2022

앉아서 일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영법

요즘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강습받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아니요 자유수영해요"라고 대답했다. 이후 내가 예상한 대화의 흐름은 '왜 강습 안 받고요?', '아 수영장 내 관계가 불편했던 경험이 많아서요' 였는데, 예상외 답변들이 되려 나를 놀라게 했다.


"와 부럽다"

"저는 물이 무서워요"

"저는 물에 뜰 줄도 몰라요"

"4개 영법을 다 할 줄 아신다고요?"


자전거 타는 법, 수영하는 법 같은 운동과 관련된 기억은 장기 저장소에 저장돼 어릴 때 배워두면 나이가 들어서도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데, 어릴 때부터 수영을 적극 권장하신 부모님께 새삼스레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그 덕분에 4가지 영법 모두 어설프게나마 할 줄 아니까 말이다.


하지만 4가지 영법을 모두 할 줄 안다고 해서 사람들이 골고루 수영하는 걸 즐겨할까? 아마도 싫어하는 영법이 하나 정도를 있을 거고, 강습을 받지 않는 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영법 위주로 수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아마도?) 




나는 어릴 때부터 평영을 가장 좋아했다. 선천적으로 튼실한 다리 덕분에, 발차기로 추진력을 얻는 평영을 할 때 속도가 가장 빨라서였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행지에 가서 잠수를 하지 않고 발차기 만으로 물속을 돌아다니기 쉬워서 더 자주 접하기도 하니 익숙한 것도 있고.


반면에 상체 특히 팔 근육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자유형과 배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속도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정하에서 자유형은 가장 만만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하는 영법이라, 이래저래 따져보면 나는 배영을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접영은 좋고 싫고는 논하기에 너무 신기루 같은 영법이라 논외)


배영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레인 끝이 어딘지 모르겠는 공포 때문이다. 멈춰야 할 타이밍을 찾는 게 항상 어려워 매번 머리를 콩 하고 박아버리기도 하고, 어릴 적 턴 연습을 할 때에도 무서운 마음에 너무 미리 턴 해버려 다리가 벽에 안 닿은 채로 출발해버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그나마 강습할 때는 덜한데, 최근에 자유수영을 하면서는 앞서 자유형을 하며 가시던 분의 등을 타고 올라가 버리는 멋쩍은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배영이 많이 꺼려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식 없이 4가지 영법을 고루고루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아래 움짤 때문이다.


수영은 물속에서 몸이 떠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코어를 중심으로 팔, 다리를 모두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영법별로 미세하게 다른 근육을 쓰겠거니 짐작만 했었는데, 위 움짤에서 영법별로 각 근육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게 잘 보였고 평소 쓰지 않는 근육까지 쓰려면 4가지 영법을 골고루 해야겠구나 싶었다.


특히 배영은 하루 7시간 이상을 앉아서 근무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영법이었다. 나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긴 사람들은 누구나 어깨가 말리고 등은 굽어지고 목이 앞으로 나아가며 자연스럽게 라운드 숄더가 진행되게 마련인데, 배영은 어깨를 힘껏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팔을 뒤로 젓기 때문에 이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평소 잘 쓰지 않는 어깨와 등 부근의 근육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라운드 숄더의 진행을 완화시켜주는데 아주 좋은 영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러 결국 배영을 싫어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힘들더라도 계속 사용하면 그 근육들을 쓰는 게 점점 쉬워질 거고 그때가 되면 이 영법을 한결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이 움짤을 보고 배영도 5바퀴 끝까지 채워보자 다짐하고 방문한 수영장.

- 킥판 잡고 자유형 발차기 1바퀴, 평영 발차기 1바퀴

- 킥판 빼고 자유형 5바퀴, 평영 5바퀴, 그리고... 대망의 배영 5바퀴


1.5바퀴밖에 안 돌았는데 숨이 매우 거칠어졌다.

"후하후하 아직 멀었어 흐미"


한 번 힘이 들기 시작하니 레인 끝을 찍을 때마다 주술을 외워야 했다. 

(창피고 뭐고 너무 힘들어서 주술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2바퀴만 더 후하아아후하아아"

"1바퀴만 더 쓰읍후아아쓰읍후아아"

"이제 반..바퀴만 쓰읍하쓰읍하"


아니 이게 이렇게 주술을 외울 만큼 힘든 일이냐고오오오! 

그래도 해냈다. 배영 5바퀴!



2022년 4월 22일 (금요일)

오늘의 수영

총 시간 : 43분 59초
거리 : 940M (20M * 47랩)


이미지 출처 : macai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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