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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Aug 16. 2024

연꽃, 고요하게 내 마음을 밝혀주오

뜨거운 사막을

맨발로 건너는 날


어두운 창밖에
새벽이 오기를 기다려

집을 나선다


온몸으로 외치는

매미의 사랑노래

대기를 가득 메울 때


찰옥수수 장수가

포대째 쏟아놓고

옥수수수염을 정리하는 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

발을 맞춰 달려가지만


나는 그냥 홀로

아침 호숫가를 가만히 걷고 싶소


걷고 걷고 또 걸으며

가득하게 내가 되는 시간


연잎 위 이슬처럼

떼구루루 굴러도 보고

하루종일 물 위에

제 모습을 비춰보는 연꽃처럼

가만히 내 얼골을 들여다볼 테요


아기 오리가 연잎 사이를

헤엄칠 때

나도 따라 미끄러지듯

호수 위를 유영하리오


꽃송이마다 등불을 밝혀

어둠 모두 물리치고

소란한 내 마음을

고요하게 밝혀주오


소나기 내려

흙먼지 가라앉은 신장로처럼

갓 세수하고 나온 아이처럼

맑은 얼굴이 될 때까지


나는 그냥 홀로

아침 호숫가를 가만히 걷고 싶소


올해 더 곱게 피어나는 연꽃  2024.8.15





유난히 연꽃이 곱게 피어나는 여름입니다.

무더위가 이어지지만 오늘 작가님만의 위대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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