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로 자연과 만나요
봄볕 속을 걸어보았어요. 새소리 가득한 낮은 동네 산이었는데요, 며칠 전 내린 봄비가 마른나무를 적셔주어 메말랐던 나뭇가지엔 어느덧 연둣빛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땅이 숨 쉴 수 없게 콘크리트로 발라놓은 도시에서 저는 종종 답답함을 느낍니다. 인조잔디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잘 가꾸어진 공원의 나무에서 산수유 꽃이 피어나고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니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놀이터에 아직도 모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땅을 파고 흙을 만지는 놀이만큼 재미있는 놀이는 없는 거 같아.”
놀이터가 마음에 들어 이 동네에 이사 저는 산책길에 늘 놀이터가 안녕한지 살피는 버릇이 있습니다. 여전히 모래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있고 1,2 년에 한 번씩은 깨끗한 모래로 교체하여 놀기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갑니다. 대화의 주제는 주로 몸과 걷기, 놀이 그리고 자연의 변화에 대한 것들입니다
저는 보폭이 넓고 빨리 걷는 습관이 있어서 걷기 앱이 산책 시 걸음을 분석해 놓은 걸 보면 걷는 시간의 반 이상을 파워워킹으로 인식합니다.
부지런히 걸으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도심 가까운 곳인데도 온통 흙과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산에 도착합니다. 황토흙냄새가 나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맑은 소리로 지저귀며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운동화를 벗고 양말을 벗고 아직 봄비를 머금은 촉촉한 땅을 밟아봅니다. 오랜 시간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고생한 발이 햇살 가득한 땅 위에 드러납니다. 발바닥과 땅이 밀착됩니다.
“와~~ 시원해. 뭐지? 이 편안한 마음은?”
“걷고 와. 난 벤치에서 쉬고 있을게. “
“한 발자국만 걸어봐. 온갖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 같아. 순식간에 마음이 평온해져.”
귀찮아하는 남편에게 벤치에서 쉬더라도 황토흙에 맨발을 대고 쉬라고 권해봅니다. 마지못해 맨발을 땅에 대고 몇 발자국 걸어보더니 그의 얼굴에 배시시 웃음이 번집니다.
“이거 뭐지? 진짜 좋네! “
“거봐. 내 말이 맞지? 혼자 하기에는 너무 좋은 느낌이야.”
오후의 햇살이 황토가 다져진 산길 위에 비칩니다. 걷다가 길가에 피어나는 개나리 나무 가지 위에서 꽃잎을 따 먹는 작은 새도 구경합니다. 고목나무를 타고 올라가 부리로 나무를 쪼며 벌레를 잡는 딱따구리도 봅니다. 움트는 봄의 싹들과 이제 막 피어나는 진달래도 만납니다.
맨발로 걸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30-40분 걷고 나서 산 아래로 내려와 수도시설이 있는 곳에서 물을 콸콸 틀어 찬물로 발을 말끔하게 씻었습니다. 얼음처럼 찬물에 발을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다음 양말을 신고 다시 걷습니다. 양말을 신으면서 보니 다 큰 어른들이 아이처럼 '아 차가워, 아 차가워' 하면서 발을 씻는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들의 모습에 어릴 적 개구쟁이 표정이 슬쩍 스칩니다.
맨발로 걸어보세요. 확실하게 마음이 정화됨을 느낍니다.
몸의 피로가 풀리고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흔들림 없이 나를 꽃피울 자신도 생깁니다.
따뜻한 대화의 장이 열립니다.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술술 풀리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을 관찰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와야겠다. 아이들도 생동하는 봄을 좀 느껴야지."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을 걸. 자기들이 봄인데^^"
"자기들이 봄, 이 말 참 좋네."
"아이들은 자기들은 찬란한 봄인걸 알까?"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길가에 꽃다지가 앞을 다투어 피어납니다.
올해는 더 부지런히 맨발로 걸으며 몸과 땅과 발과 흙에 대해 생각해 보고 건강한 삶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어느덧 자연을 닮아 있겠지요?
저는 잔나비의 '꿈과 책과 힘과 벽'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노래 제목에서 살짝 힌트를 얻어 오늘의 글제목을 정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시간을 내어 맨발로 걸어보세요.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