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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녘 함박나무꽃그늘아래서

by 남효정

아침 녘 함박나무꽃그늘아래서


남효정


호숫가 어느 쯤 네가 살고 있다는 걸

발견한 날 나는

보물선을 발견한 선장이 된다


혼자서 두근두근

길을 가다가도

자꾸만 떠오르는 네 생각

멈출 수 없어


언제쯤 꽃이 필까

네게로 가는 발걸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붉은 장미 노란 장미

아우성치듯 피어날 때

초록이파리 속 깊이 얼굴을 숨기고

너는 혼자서 소리 없이 피어나지


깡마른 체구에 큰 카메라를 목에 건 노인이

아침 녘 함박나무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붉은 꽃술 보고 싶어 저리 찾으시는가

가만히 바라 보니


한 송이도 안 피었어요

이따 다시 와야겠어요

나는 잎 속에 숨어

수줍게 고개 떨구며 피어난 꽃

나만 아는 한 송이꽃

살짝 가리킨다


커지는 동공

주름진 얼굴에

어둠이 걷히고

햇살웃음이 번진다


어르신 가시며 하시는 말씀

고수한테는 다 보이나 봐요


틈만 나면 나무를 돌며

꽃봉오리 살피던 나는

숨어서도 꽃피우는 아이들을

잘 본다


저는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언제 피어날지

또 하나의 비밀, 이 아이들

반드시 필 것을 믿으니까요


아침 녘 함박나무꽃그늘 아래서

나는 또 이 귀한 얼굴을 만나고

보물선을 끌어올려 돌아가는

선장이 된다


함박나무꽃 피어날 적에

나는 일 년 중 가장

멋진 날을 보낸다


함박나무꽃 2025.5.24. 사진 남효정






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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