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샛노란 길 끝 외할머니댁

개나리꽃

by 남효정

샛노란 길 끝 외할머니댁


남효정


내 유년의 기억에는 늘

외할머니 댁 가는 길이

노랗게 노랗게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황톳길 옆으로

샛노란 개나리 울타리

봄 등불 같아라


비 내린 날엔

붉은 길이 되는

꼬불꼬불 신장로

마른날에는 풀풀

흙먼지 이는 길


그날은 맑았다

다리 아프다 배고프다

투덜대는 내게 두 살 많은

언니는 말한다


보온 도시락을 앞으로 메봐

나처럼 목에 걸어, 그렇지

뚜껑을 열고

밥을 먹으면서 걸어가자


우리는 목에

보온 도시락통 끈을 걸고

한 숟가락씩 밥을 떠먹으며 걷는다

길 가에 공사하던 아저씨

풀 매던 아주머니

우리 보고 웃는다


봄 길은 황톳빛

개나리는 샛노랑

나도 노랑이 되어갈 즈음

내리쬐는 햇살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멀리서 부우웅 트럭 달려오는 소리

눈빛을 주고받은 우리는

뒤돌아 서서

잽싸게 도시락 뚜껑을 닫았더랬지


오물오물 밥알을 씹으며 걸었던 길

참으로 길었던 노란 길 끝에

샘물처럼 나타난 외할머니댁


모두 일하러 가고

고즈넉한 그 집 대문을 밀치면

목화솜처럼 포근하던

봄날의 공기


툇마루에 언니랑 앉아서

실뜨기 하고 있으면

밭 매다 들어오시던 외할머니

개나리처럼 샛노랗게

웃고 있었다





#개나리 #황톳길 #외할머니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출판 및 강연, 전문가 협업 제안은 댓글 및 제안하기 기능을 활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월 07:00 발행[엄마도 그림책 좋아해]

화 07:00 발행[달콤한 창작의 공간 2]

07:00 발행[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4]

수, 금 07:00 발행 [아이를 살리는 놀이]

토 07:00 발행 [기타, 와플 그리고 파란 캠핑카]

일 07:00 발행 [오늘 나는 걷는다 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