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카페의 어떤 자리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밝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앉는 것을 좋아합니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습니다. 봄햇살을 받아 노란 수선화가 피어나고 히야신스도 귀엽게 꽃대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도심에 살아도 늘 생명을 키우고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터 옆에 자그마한 화분을 놓고 여러 가지 식물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깨진 화분을 기울여서 흙을 담고 그 위에 식물을 심어 가꾼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카페가 나타나면 서로 눈짓을 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어디 앉을까? “
"저쪽 안쪽 구석자리 어때? “
"너무 안쪽인데......"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곳이 편하지 않아? “
"아, 그래? 너는 탁 트인 전망에 밖이 내다 보이는 곳이 좋은데."
만나는 사람이 저와 같은 성향인 경우는 문제 될 것이 없으나 서로 상반된 성향일 경우는 절충안을 의논한 다음에 자리를 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람에 따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리가 따로 있다는 것이 당연한데 한편으로는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제가 혼자 카페에 가는 날에는 대부분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습니다.
오랜만에 막역한 친구와 만나면 평소 마음에 담고 살았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어 놓습니다.
“오후 6시쯤 퇴근길에 버거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어. 무언가 상당히 자유로와 보이더라. 그 사람들은 퇴근하는 사람들을 유리창 박으로 내다보며 편안한 옷차림으로 앉아서 입을 한껏 크게 벌리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거든. 나는 퇴근하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서 길을 걸어가면서 그 장면을 본 거야. 그 사람들의 한가로움이 되게 이질적이면서도 통쾌하게 느껴졌어. 내가 좀 이상한가?"
“이상할 건 없지. 하루 종일 정해진 자리에 블록처럼 놓여있다가 6시 땡 하면 일제히 움직이는 사람들. 고체처럼 딱딱하게 살아가다가 6시 이후에 액체로 흐르는 사람들. 어찌할 수 없는 직장인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서글프게 느껴진 적이 많았어.”
“아이스크림을 먹던 사람은 밖을 보며 직장인들 칼퇴하는 것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르잖아.”
“그럴까? 밥벌이와 자유로운 삶 사이에서 나는 언제까지 이런 감정의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걸까?...... 날마다 24시간이 통으로 주워지면 넌 뭘 하고 싶어?”
“글쎄, 일단 나는 부족한 잠을 실컷 잘 것 같아. 아침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그리고 여유 있게 아침을 만들어 먹고 동네를 산책하다 이런 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쓸 거야.”
“나는 며칠씩 여행을 다닐 거 같아. 바람처럼 자유롭게 섬에도 가고 영화에서 보았던 스코틀랜드도 가고 그곳이 마음에 들면 몇 달이고 살아도 보고 싶어. 나와 전혀 다른 곳에서 자라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되고 싶어."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원래 살았던 동네가 익숙하고 좋은 사람이 있듯이 새로운 골목과 새로운 풍경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익숙한 길과 새로운 길이 있을 때 여러분은 어떤 길로 가시나요? 대부분 익숙한 길로 가겠지만 아이들과 소수의 어른은 새로운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제가 가지 않은 새로운 길에는 무엇이 있을까 늘 궁금합니다.
새로운 골목의 느낌 좋은 카페에서 새로운 메뉴를 시켜 맛보는 날에는 쓰고 싶은 이야기도 새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날은 조용히 글을 쓰면서 나의 의식과 나의 감정, 나의 생각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면서 이것들이 나의 경험과 한바탕 신나게 어우러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햇살이 좋은 창가에 앉아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기
- 아끼는 책 읽기
- 노트에 떠오르는 생각을 좋은 펜으로 쓰기
- 창밖의 풍경 스케치하기
- 가고 싶은 여행지 검색하기
저는 일상생활 중에 이런 일들을 짬짬이 하면서 짧은 시간을 아주 충만하고 풍요롭게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늦은 밤, 작은 노트와 그립감이 좋은 펜을 급하게 주문합니다. 언제든 제가 좋아하는 책과 펜과 노트를 챙겨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어느 동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펼쳐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저의 마음은 2024년 4월 7일 정오에 머물러있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어느 작가의 오후>가 책장을 펄럭입니다. 물병 위에 얹어놓은 모자가 흔들립니다. 연분홍 벚꽃 잎이 눈처럼 내리는 오래된 벚꽃나무 옆 탁자에 앉아 세상을 보며 밥을 먹습니다. 간단하게 준비한 유부초밥 도시락. 피망과 어린잎 채소를 넣었는데 꽃잎까지 실시간으로 더해져 완벽한 봄소풍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