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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Apr 13. 2024

커피 마시러 갈래?

이야기와 창작과 커피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노래가 있지요? 이 노래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저에게 이 노래제목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어서 더욱 그런가 봅니다.


https://youtu.be/l7PgoVBZpc8?si=wG8_FuR2hktcZNUD

 요즘 커피에 풍덩 빠진 사람들이 많아요. 중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커피 자체에 중독은 아닌 것 같고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그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듯합니다.

 

산책하다 동네 카페에서 남편과 커피 한 잔 했어요

 “커피 마시러 갈래?”

 “커피 한 잔 할까요?”

 

 이 말은 “나는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라는 뜻이거나 “너에게 하고픈 말이 있어.”라는 뜻이 담긴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저는 친구 소개로 남편을 만났어요. 친구와 그 친구의 남자 친구, 저, 그리고 지금 저의 남편은 넷이서 흑석동 중대 앞에서 함께 밥을 먹었어요. 메뉴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친구 커플이 돌아가고 나서 제가 먼저 그때 처음 소개받은 그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를 일입니다.




“커피 한 잔 할까요? “


 지금 생각해도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 오릅니다. 학교 정문 근처 2층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남편은 긴장을 하였는지 커피 잔을 살짝 떨기도 하여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며 웃곤 합니다. 폴킴의 노래 속 노랫말처럼 '커피 한 잔에 빌린 그대를 향한 나의 맘'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 때 저는 집에서 원두를 갈아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통밀가루로 울퉁불퉁 못생긴 빵을 구워서 주말 아침의 여유로움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외출한 시간이나 모두들 일어나기 전인 휴일에 저는 혼자 커피를 내리고 책을 보고 쓰는 일을 합니다.  커피 한 잔은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때로는 저보다 빵을 훨씬 예쁘게 만드는 남편이 꽤 괜찮은 통밀빵으로 아침을 준비해주기도 합니다.


 커피를 사랑한 예술가는 누가 있을까요?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 (Honoré de Balzac)는 커피를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 "커피의 치명적 영향"에서 자신의 커피 소비 습관에 대해 기술합니다. 놀랍게도 발자크는 하루에 5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와, 정말 대단한 커피 중독인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커피를 마시고도 그가 건강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대량의 커피를 마셔서인지 불면증을 호소했고 작업을 무리하게 많은 양 집중해서 하는 버릇 때문에 말년까지 고혈압, 심장 질환, 그리고 기타 여러 만성 질환을 앓았으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건강상 문제를 호소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작곡가 중 한 명인 조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는 커피를 사랑한 나머지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습니다. 이 음악 작품은 커피에 대한 사랑을 유쾌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버지는 커피를 못 마시게 하고 딸은 커피 없이는 못 산다고 거세게 저항하는 이야기로 절대 가볍지 않은 부녀간의 갈등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nno-hE2IUfg?si=ZNTEYAXGdI5aVa0m

Bach: Coffee Cantata BWV. 211 바흐: 커피 칸타타-조수미



 커피와 창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드가 앨런 포 (Edgar Allan Poe) 역시  커피를 즐겨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는 자신의 창작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종종 커피를 마셨다고 합니다. 저도 경험해 보면 무리하여 일을 했을 때 몸에서는 '이젠 휴식을 취하라'는 많은 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진한 커피를 몇 잔 마시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 같이 느껴지지요. 사실 생각해 보면 그건 몸의 신호를 둔감하게 하고 내일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창작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작업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자극제로 커피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커피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커피가 있는 곳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때는 커피를 내려서 파는 가게가 당대의 지성들이 모여 담론을 나누고 열띤 토론을 하는 곳이었으며 문화 예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교류하던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그 시대에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괴테와 니체를 만나고 바흐의 육성으로 생생한 창작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도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더라도 그들이 남긴 예술을 향유하는 현대의 사람인 저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만남일 것입니다. 어느 영화에서처럼 자정 종이 울리면 나타나는 마차를 기다려봐야 하나요?


 햇살이 좋은 토요일입니다. 좋은 사람과 커피 한 잔 나누는 행복한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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