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와 바다가 보이는 카페
4월 봄 제주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제주 함덕 해변에서 쓰고 있습니다. 봄 제주는 시선이 머무는 곳이 다 수채화 같아요. 여기저기 피어난 꽃과 살랑이는 봄바람, 아름다운 바다빛깔에 하루 종일 놀라움의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와~~ 어떻게 바다가 저래? 이 느낌과 감성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
“이게 유채꽃이야? 신기하네. 보라색꽃이랑 바다색깔이랑 하늘이랑 정말 예술이야! “
유채꽃이 피어나는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걷습니다. 언니와 동생과 그리고 저, 자연친화적인 세 자매는 함덕 해변에서 자연이 만들어 내는 다정하고 따뜻하며 아름다운 그림 속으로 빠져듭니다.
세 자매는 어렵게 휴가 기간을 서로 맞추고 제주에서 쉼표를 제대로 찍고 가자 마음먹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업무를 잊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간 고단한 마음을 나누노라니 제주의 봄이 더욱 토닥토닥 우리를 토닥여 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어씽할까?”
“좋아!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서 신발에 발을 가두어 두면 안 되지. 맨발로 걸으며 온몸으로 봄 제주를 느껴보자. “
고운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 봅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며 발을 간질입니다. 순간 발이 편안해지고 그 편안함은 온몸으로 퍼져 온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듭니다.
젖은 모래를 밟아 봅니다. 발이 시원합니다. 바닷물 솔로 들어갑니다. 발등 위로 바닷물이 밀려왔다 저 멀리 도망갑니다. 바닷물이 고인 곳을 들여다보니 작은 보말이 씨앗처럼 뿌려져 있고 무엇의 치어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물고기들이 귀엽게 헤엄칩니다.
아름다운 해변에 돗자리를 깔고 책을 보는 사람이 보입니다. 샌드위치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기도 하고 멍 때리며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합니다. 소란한 사람들과 떨어져 한적한 바닷가에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 여행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기 예쁜 카페가 있어. 우리 한 번 들어가 볼래? 바다가 한눈에 다 담기겠어. “
“이곳이 제주 오면 줄을 서서 커피 마시는 곳 이래.”
카페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옥빛으로 고운 함덕의 바다가 한눈에 보입니다. 사진 찍는 명소인지 젊고 예쁜 커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바다 위로 4월의 태양이 제법 따갑습니다.
‘아~~ 노트북을 가져올걸!’
‘여기 앉아서 글 쓰고 싶다.’
비취색 고운 바다를 마주하고 저는 간절해집니다. 한 가지 생각이요. 손가락이 간질간질합니다. 마음속에서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혼자 노트북을 펴고 바다를 향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노을이 물들 때까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해가 지고 있어요. 바다는 다정한 마음을 조금씩 거두는 연인처럼 조금은 무심하게 얼굴을 바꿉니다. 그래도 끝내 고운 마음으로 기억되는 그 사람처럼 하늘 가득 아련하게 노을을 남기며 사라져 갑니다. 괜스레 마음이 쓸쓸해져서 활기차게 노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저기 좀 봐봐.”
“페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 자유로와 보이지?”
“우리도 해볼까?”
“그럴까?”
“바람을 가르며 활공하는 기분 정말 짜릿할 거 같아.”
“무언가 해볼까 생각이 드는 것은 그냥 해보는 게 좋아. “
“망설이다가 나중엔 후회만 남는 거 같아. “
“그런 일 있어? 망설이다 못해서 후회되는 일?”
우리는 마음속 깊이 담아놓은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마십니다. 날이 저물자 제주의 밤바다도 점점 큰 목소리로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마음에 쉼표를 찍고 나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4월의 제주
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하고
맑고 다정한 함덕 바닷가에서
옹달샘에 맑은 물이 조금씩 차오르듯
새 힘과 새 마음이 차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