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하는 폭염에 높은 습도는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서울에서는 올 4월 노지에 심은 바나나 나무에서 붉은 꽃이 핀 후에 생명력이 대단한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렸다. 이처럼 2025년 서울에서 노지 바나나 재배가 가능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변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워도 더워도 너무나 더워."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도 부채질을 하거나 미니 선풍기를 틀어놓는다. 양산을 쓴 사람이 부쩍 늘었고 남자들도 양산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더운 날 어떤 그림책을 보면 좋을까?
더운 날 이야기 하려고 꼭꼭 숨겨두웠던 그림책 [달샤베트]를 소개한다. 이 그림책은 이야기도 아름답고 위트가 있고 흥미진진하여 내가 참 좋아한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 그림책이다.
요즘의 상황이 그대로 나타난 페이지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나 혼자 아주 더운 밤에 보았다.
달이 얼마나 더운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똑, 똑 한 방울씩 달물이 떨어진다. 이 상상이 얼마나 기발한다. 무더위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달이라니!
사람들은 집 안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풀가동하고 잠을 청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요즘 우리 집도 하루 종일 집안에서는 냉방기기가 돌아가고 찬 음료에 찬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피하려고 하고 있다.
그림책에서는 달이 녹으면서 달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똑, 똑, 똑, 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소리를 반장할머니가 듣고 얼른 큰 고무대야를 들고 뛰어가 달 방울들을 받았다.
반장할머니는 늑대인데 그녀는 큰 고무 대야를 들고나가 달물을 받아와서 달샤베트를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얼마나 기발하고 따뜻한 발상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늑대에 대한 이미지는 공격적이고 무서운 동물이지만 이 책에서는 공정관념을 깨고 따뜻하고 공동체 주민을 사랑하는 나눔의 마음을 실천하는 정다운 주민으로 늑대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냉방을 위해 집집마다 전자기기를 줄곧 사용하니 아파트는 순간적으로 정적이 된다. 있을 법한 일이다, 사람들은 더워서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전체가 깜깜한데 단 한 곳 반장 아주머니의 집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사람들은 신기한 마음에 모두 반장 아주머니 댁으로 간다.
반장 아주머니는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고 맛있게 먹은 주민들은 더위가 싹 가시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달샤베트를 나눠먹는 모습이 참으로 정겨웠다. 잠시 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달에 살던 옥토끼 두 마리가 살 곳이 없다고 짐을 싸가지고 왔다. 너무나 귀엽다. 토끼들은 절구와 절구공이를 등짐으로 하나씩 나눠서 지고 왔다.
이제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을 소개하겠다.
반장 아주머니는 식탁 위에 놓아두었던 빈 화분에 달물을 부어주었다. 그 순간 달처럼 환하고 매우 커다란 달맞이꽃이 피어났다. 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자 하늘에는 달이 서서히 차올라 마침내 보름달이 다시 만들어졌다.
무더운 밤, 그림책 [달샤베트]를 보자. 아름답고 기발한 그림들을 최대한 절제해서 실었다. 그림책을 구입해서 마음껏 반복해서 보기를 바란다. 백희나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스토리에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생각하게 되고 너무 많은 냉방기기 사용을 자제하게 된다. 나는 아름다운 책은 선물한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아름다운 감정을 그 사람도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그림책를 보고 제가 행복한 만큼 그대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달샤베트 #백희나 #스토리보울 #폭염 #그림책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고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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